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에 분노한 촛불민심은 결국 여의도까지 번졌다. 대통령에 이어 정치권을 향한 민심까지 거세지자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더욱 고심하고 있다. 특히 탄핵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주류가 4일 여-야 합의가 없으면 탄핵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지난 3일 열린 6차 촛불집회도 헌정사상 최대기록을 경신하며 새 역사를 썼다. 지난달 26일 190만 명을 훌쩍 넘어 역대 가장 많은 232만 명(주최 측 추산)이 전국 100여 곳에서 촛불을 밝혔다.
집회의 분위기는 더욱 강경해졌고 분노의 불길은 기존보다 넓은 범위로 번졌다. 촛불 행진에 처음으로 대규모 횃불 행렬이 등장했고, 시민들은 청와대 100m 앞까지 포위행진을 벌였다.
여야 정치권을 향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날아들었다. 광화문 본 행사에 앞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는 2만5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새누리당의 해체를 요구했고, 야권 지도자급 정치인들은 일부 시민들로부터 “야당이 뭐하냐”는 등의 항의를 받았다. 특히 국민의당의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청계광장에서 거센 항의에 시달렸다.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던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탄핵 대오를 이탈해 분열을 일으키고, 야권이 탄핵안을 두고 우왕좌왕한 것이 촛불 민심의 분노를 더 키웠다는 분석이다.
여야 모두 이 같은 촛불민심의 경고를 두고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분화조짐이 뚜렷하다.
새누리당 주류는 국정정상화를 위해 여야가 ‘질서 있는 퇴진 로드맵’을 놓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끝없이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한다”며 “이번 주 여야가 마주 앉아 난국을 타개하고 국정을 안정시킬 해법을 마련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주류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 일정을 밝히는 것과 무관하게 여야 합의에 이르지 않을 경우 9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기존에 대통령이 ‘4월말 퇴진-6월말 대선’의 입장만 분명히 한다면 탄핵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다시 선회한 것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전·현직 의원 등도 비주류 의원들에게 박 대통령의 퇴진 의사와 관계없이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촛불은 지치지도 흔들리지도 않았다”며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재차 촉구하면서 새누리당에 탄핵안 표결 동참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여당과의 협상 없이 탄핵안 표결로만 달려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