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100도에서 끓는다

▲ 이영란 전북스포츠과학센터 선임연구원
장미란 선수는 역기를 들어 올릴 때마다 오른발이 뒤로 빠졌다. 왼쪽 어깨가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하지에서 상지로 올리는 힘의 불균형은 부상으로 이어졌다. 어떻게 고쳤을까? 장미란 선수의 근육 활동과 움직임을 첨단장비로 판독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세계 최고의 ‘역도 여제’ 뒤에는 ‘스포츠과학’이라는 첨병이 자리하고 있었다.

 

“특별한 방법 있습니까? 무조건 열심히 해야죠!” 맞다. 과거엔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됐다. 그게 정답이고 전부였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매일 아침 산을 오르고 또 오르는 시대는 지났다. 물론 선수 자질과 지도자 노력이 물의 온도를 99도까지 올릴 수는 있다. 그러나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 그 1도가 바로 스포츠과학이다.

 

과거 스포츠과학의 혜택은 국가대표들에게만 적용됐다. 전문 인력 부족과 인식 부족의 문제였다. “지방선수까지 지원을 해야 해?” 스포츠 혜택도 지방은 언제나 소외였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서울에만 있던 물건을 지방에서도 구할 수 있듯이, 태릉선수촌에만 있던 ‘스포츠과학’이란 물건을 이제는 지방에서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지역스포츠과학센터’ 덕분이다. 작년 서울, 대전, 광주를 시작으로 2016년 드디어 전북에도 설치되었다. 과학센터 연구원들은 도내 엘리트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선수 장단점을 파악하고 효율적인 훈련이 가능토록 지원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 중 ‘지기’ 즉, 자신의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북스포츠과학센터는 크게 네 가지 방법으로 선수들을 도와준다. 첫째, 도내 선수들의 기초 및 전문체력을 측정해준다. 올해만 780명을 측정해주었다. 선수들의 기초데이터는 효과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아, 나는 근력이 부족하구나.’ 집중력이 높아진다. 동기도 높아진다.

 

둘째, 스포츠과학교실이다. 선수와 지도자들에게 전문지식을 알려주는 지원이다. 올해 일곱 번 개최에 총 504명이 참여하였다. 운영하며 느꼈다. ‘아직도 많은 선수와 지도자들이 스포츠과학 적용을 낯설어 하는구나.’ 오늘날 스포츠는 ‘정보 전쟁’이다. 해당 종목별 최신의 훈련방식 정보는 계속해서 갱신된다. 지도자들은 이런 정보가 필요하다. 과거 경험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교실이 그 일을 해준다.

 

셋째, 현장지원이다. 선수들의 경기장면을 녹화하고 분석해서 피드백을 준다. 올 전국체육대회에서도 배드민턴, 태권도, 핸드볼 등, 다수종목에서 경기영상과 쿨링(cooling) 마사지를 지원해 금메달 6개, 은메달 5개, 동메달 5개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마지막으로 밀착지원이다. 올해 9종목 12명의 선수들이 전문가들에 의해 심리기술훈련, 동작분석 등의 지원을 받았다. 목적은 하나다. 지방선수를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로 이끌기 위함이다.

 

이렇듯 전북스포츠과학센터에서는 도내 선수 및 지도자들에게 지금껏 지방의 운동선수들이 누리지 못했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준다. 최신의 정보와 장비를 갖추고 연구원들은 이미 갖춰진 99도의 열정과 노력에 1도를 올려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유는 모두 전라북도 선수라는 물이 100도에서 끓길 고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