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영상같은 문화재 순례기…조윤수 수필집 〈발길을 붙드는 백제탑이여!〉

‘새벽부터 시작한 하루가 참 길었다. 오전 내 길에서, 지하철에서 그리고 시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스쳤다. 여러 군상 중의 하나로 술렁거리면서 나는 어떤 표정이었을까. 오후에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83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 ‘실로 갔다. 캄캄한 독실에 미륵상만 조명을 받은 방이다. 저절로 숙연해져 함께 명상에 들게 된다. 미륵상은 오른쪽 다리를 왼쪽 무릎 위에 올리고, 턱 위의 볼에 오른 손가락을 대고 고개는 약간 숙인 채 눈은 반쯤 뜨고 있다. 이 미륵상은 뒷모습도 아름답다.’( ‘발길을 붙드는 백제탑이여!’중)

 

조윤수의 다섯 번째 수필집 <발길을 붙드는 백제탑이여!> (수필과비평사)는 섬세한 공간과 심리 묘사로 눈길을 붙잡는다. 문화 순례기 형식으로, 조 수필가가 전국을 다니며 본 풍경과 그에 대한 소외를 글로 담은 것이다. 그가 ‘이 책은 내가 다시 가볼 수 없을 때, 누워서 산책할 나의 순례도’라고 소개한 것처럼, 촘촘히 엮은 추억과 감상을 읽다보면 마치 한 편의 영상을 보는 듯하다.

 

미륵사지석탑과 왕궁리5층석탑 등 백제역사유적지구부터 경천사지 십층석탑부터 봉암사, 수덕사, 법주사, 불국사 등 전국을 역사 유적들을 눈에 담았다. 특히 왕궁리 탑을 보러 갈 때면 문화미(文化美)에 젖어 옛 연인을 만나는 듯한 묘한 설렘에 둘러쌓였다. 탑을 돌아보고 면석을 어루만져도 보고, 거석이 주는 위압감에 숙연해지기도 했다. 그는 “탑 하나가 찬란한 역사의 흔적만 남은 터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이 뇌리에 남아 주로 불교 유적들을 찾아다녔다”며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문학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감상 위주로 썼다”고 말했다.

 

전주여고, 경희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지난 2003년 <수필과비평> 으로 등단했다. 행촌수필문학회 부회장 등을 지냈고 현재 완주문인협회 부회장, 수필과비평작가회의와 전북문인협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