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 규격화에 따른 장·단점
우리나라 전통공연예술에서도 양식화와 규격화에 의해 다양성을 잃어버린 개체들이 있다. 삶의 현장에서 불리던 토속민요가 전문가들이 불러 지역의 구분 없이 향유되었던 통속민요의 양식에 맞춰 규격화 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악보화 될 때도 마찬가지로 통속민요의 어법으로 해석되어 서양의 오선보에 기록되다보니 토속민요의 다양성이 쉽게 규격화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의 생활과 밀접해 현장성과 즉흥성이 생명인 민요가 공연예술화 과정에서 점점 더 규격화되고 있다. 이와 유사한 경우로 사물놀이를 생각해볼 수 있다. 사물놀이는 무대예술로 양식화된 대표적인 전통공연예술이다.
1978년 2월 서울 대학로의 ‘공간사랑’이라는 자그마한 무대에서 네 명의 연주자가 경기·충청지역의 ‘웃다리풍물’을 연주하였다. 풍물굿이 무대라는 정형화된 공간에서 연주된 것도 또 앉아서 연주된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두 달 후 이곳에서 ‘사물놀이’라는 단체명으로 두 번째 공연을 한다(처음에 사물놀이는 단체의 이름으로 쓰였으나 지금은 꽹과리, 장구, 북, 징 네 개의 악기로 연주하는 양식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이때부터 김용배, 김덕수, 이광수, 최종실 네 명의 연주자들은 풍물굿을 무대 예술화 하여 관객과 새롭게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산업화와 서구화로 잊고 살았던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으며 전통의 소중함과 가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한 때 전통문화하면 사물놀이를 연상할 정도의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하였는데 무엇보다 더 주목할 점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이미 잊힌 풍물굿을 사물놀이 통해 다시 찾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연희자와 참여자를 무대와 객석으로 엄격히 구분시켜 풍물굿의 대동적인 신명을 상실하게 만들었고 춤과 노래, 재담, 재주, 연극적 요소인 잡색 등의 총체적 연희를 배제하여 종합예술적인 성격을 축소시켰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즉 풍물굿이 양식화되고 규격화되며 다양성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대예술로 양식화된 개체를 즉, 목적과 기능에 따라 규격화된 개체를 원 속성의 개체와 동등하게 비교하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이다.
양식화와 다양성의 갈등 구조
무속음악과 관련이 있는 시나위, 시나위의 허튼 가락을 양식화한 산조 또 이들과 음악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은 판소리 그리고 이들 근간에 존재한 민요. 이 모든 음악들이 공연예술로 규격화되며 다양성을 잃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장성과 즉흥성 또한 사라져가고 있다. 다양성을 위해 규격화된 이들을 다시 해체하여 원래의 상태로 돌려보내야 할까? 아니면 공연예술로 양식화된 이들의 다양성을 최대한 담을 수 있는 규격을 고민해야 할까? 어렵다! 역시 다양성 그리고 양식화와 규격화 이들은 갈등 구조로 얽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