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낮 12시께 전주시 금암동 시외버스터미널. 30대 여성이 서너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를 업고 유성행 버스에 올랐다. 나란히 앉은 엄마와 아이는 각각 안전띠를 착용했다. 아이에게 채워진 어른용 안전띠가 어색해 보였다. 버스 운전기사가 보호자에게 ‘아이의 안전띠가 단단히 착용됐는지 확인하라’고 안내했지만 버스 안에 영·유아용 카시트는 없었다.
정부가 모든 차량에 타는 6세 미만 영·유아에게 카시트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고속·시외버스의 승객 안전장비 설치 등을 규정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는 영·유아용 카시트 설치 및 구비 규정이 없어 영·유아들의 안전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13세 미만 어린이에게 안전띠를 매도록 하고 6세 미만의 영·유아에게는 카시트를 착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6만 원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안전띠 미착용으로 적발된 일반 운전자가 부과받는 과태료 3만 원의 두 배다.
그러나 승용차의 경우 경찰의 육안 단속을 통해 영·유아용 카시트 착용 여부에 대한 감시와 적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고속·시외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은 별도의 제도와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본보가 전주 고속·시외버스 터미널을 조사한 결과 제시한 사례처럼 부모와 함께 온 영·유아의 고속·시외버스 이용이 적지 않았지만 터미널에는 별도의 영·유아용 카시트가 준비돼 있지 않았다. 부모들이 영·유아용 카시트를 직접 가지고 다녀야하는 상황인 셈이다.
시외버스터미널과 마찬가지로 전주시 금암동 고속버스터미널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주 고속버스터미널 관계자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영·유아용 카시트가 의무화되지 않아 영·유아용 카시트를 따로 구비해 놓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보호자가 6세 미만의 영·유아를 안고 타는 것을 전제로 고속·시외버스 요금을 면제하고 있지만, 카시트를 이용할 경우에는 추가 좌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조에 따라 6세 미만의 영·유아에 대한 운임은 동반자 1인당 1인을 기준으로 무임승차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동반자가 영·유아를 안고 타야만 가능하며, 영·유아라도 좌석을 배정받으려면 요금을 내야 한다.
결국 법은 버스 안에서도 영유아 카시트를 착용하라고 강제하고 있지만 버스에는 카시트가 갖춰져 있지 않고, 개인용 카시트를 이용하더라도 영유아는 내지 않아도 되는 버스요금을 내고 좌석을 배정받아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버스를 이용하는 영유아의 안전을 위해서는 고속·시외버스의 영유아용 카시트 구비를 의무화하고, 카시트 이용시에도 6세 미만 영유아의 요금 면제를 허용하는 등의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전북지사 이춘호 교수는 “영·유아가 카시트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교통사고 발생시 머리 상해가 10배나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KTX와 비행기처럼 버스도 특정 좌석을 예약해 영·유아 카시트를 사용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