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의 말이 나라 망쳤다

▲ 신이봉 명성화학 대표·본보 객원논설위원

징기즈칸이 13만의 병력을 이끌면서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몽골대제국을 세웠다. 동으로 흑룡강이 흘러가는 태평양 연안 동쪽 바다와 서쪽 러시아 남부, 유럽의 폴란드 평원 그리고 베트남 북쪽 시베리아 중동전역까지 유라시아 대륙전체에 이르렀다. 무려 팔백년 가까운 세월동안 교통과 통신이 원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그 무지몽매한 시대에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제국의 세계정복은 찬탄과 신비 그 자체였다.

 

몽골은 말과 유목민의 땅이다. 그들의 삶은 곧 전투며 생활이었다. 황량한 모래사막의 광활한 땅 초원에서 말(馬)과 함께 사는 게 자연에 순응하며 적응해 가는 것이었다. 몽골기병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용맹스럽고 강인한 군대였다. 어려서부터 말 위에서 살다 보니까 말 다루는 기술이 신기에 가까울 정도였다. 고도로 발달된 그 훈련된 몽골말이 일사불란하게 하나가 되다보니까 전투력과 지구력 방향전환 그리고 귀신처럼 도약 할 수 있었다. 폭풍같이 몰아치다가 짙은 안개처럼 사라져버리는 현란한 공격 때문에 그 어느 나라 군대도 백이면 백 모두 기마전술에 휘말려 섬멸됐다. 일일 최대 행군속도가 200km에 달해 웬만한 기갑부대를 능가했다. 말은 몽골 제국을 탄생시키고 세계를 정복하는 일등 공신이 됐다.

 

하지만 정유라의 말은 악의 씨앗으로 우리 역사에 슬픔을 안겼다. 그는 삼성으로부터 받은 35억으로 황금방석을 깔고 초호화판 승마선수 생활을 했다. 이화여대에 부정입학을 하고 그 부정이 발단 되어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가 샅샅이 밝혀졌다. 부정한 방법으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800억 기금을 마련, 기금을 제멋대로 사용하면서 심지어 정부 요직과 유관기관 인사까지 간여해 왔다.

 

국민들은 7차례나 촛불로 저항하면서 평화적으로 민중의 힘을 보여주었다. 피플파워 혁명이 필리핀에서 군부독재를 물리치게 한 것처럼 민중의 힘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질서있게 타올라 박근혜 대통령을 국회에서 탄핵하도록 했다. 그 촛불이 어두운 밤을 평화의 빛으로 밝혀놓았다. 국회에서 탄핵을 당한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판결로 퇴진해야 할 운명에 내몰리고 있다. 지금 국정을 마비시키고 경제도 파탄시켜 국민들이 살아가기가 무척 힘들어졌다.

 

정유라의 말은 몽골의 말과 달리 나라를 망친 간신 말이 됐다. 최순실은 박 대통령의 권력 뒤에 숨어서 무소불위의 무서운 칼을 사용해왔다. 그의 딸 정유라는 모든 것을 부정으로 해왔기 때문에 국가대표 승마선수 자격도 없다. 그는 신선한 스포츠를 통해 자기만 성공하겠다고 권력을 사유화했기 때문에 너무 큰 부정을 저질렀다.

 

그의 어머니 최순실은 딸의 출세를 위해 온갖 나쁜 짓을 다했고 청와대와 공공기관 기업체의 기강을 무너뜨려 국가를 절단냈다. 옛말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다. 최순실을 두고 한 말 같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해 민생은 토탄에 빠졌고 민심이 더 흉흉해지면서 사회가 혼란스러워졌다. 권력이란 특권층만이 누리는 게 아니라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함께 가야 한다. 박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뛰고 함께 호흡하며 국가건설에 나섰어야 했다. 모든 게 자업자득이다. 그의 아버지 박정희까지도 평가절하됐다. 그 역시 참으로 불행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