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의 존재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대선 시계가 빨라졌다. 정치권과 국민들은 헌법재판소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될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촛불집회를 거듭하면서 국민 80% 가까이가 탄핵 인용 결정이 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이 헌재에서 기각된 것은 당시 국민여론 다수가 기각쪽으로 기운 게 영향을 미쳤다. 헌재가 본격적으로 심리에 나서겠지만 국민여론을 외면할 수 만은 없을 것이다.

 

조기 대선이 점쳐지면서 대권 주자들의 전북 발길이 잦아졌다. 안철수 이재명 문재인 손학규 등이 차례로 전북을 방문, 대권주자로서 비전을 제시했다. 여론조사 결과 문 전대표가 1위를 달리지만 전북에서의 반응은 별로다. 그 이유는 지난 총선 때 자신이 한 발언이 정략적이었다고 얼버무리면서 넘기려하기 때문이다. 문 전대표는 지난 총선 때 호남에서 패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금까지 실천은 커녕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전북 출신 대선 주자가 없어서인지 전북을 공략하려는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 같다. 하지만 도민들의 관심과 지지열기는 느낄 수 없다. 대선 정국이 조기에 형성돼 가고 있지만 도민들은 전북 출신 주자가 없는 것에 아쉬워 한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예전에 비해 정치적 중량감이 떨어지고 존재감이 약해 별다르게 거론이 안된다. 본인이야 큰 그림을 그리고 싶겠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뒷받침 되지 않아 대권주자의 반열에 끼지 못하고 있다.

 

정 의원은 안철수가 만든 국민의당에서도 정치적 비중이 약해 보인다. 오너가 아닌데다 박지원 대표한테도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 어렵게 입성한 정의원의 입지가 약해진 것은 자업자득이다. 진정성 없이 앵무새처럼 말로만 정치를 한 사람으로 각인된 탓이 크다. MB한테 대선에서 패한 후 인고의 세월을 보냈더라면 현재 그의 입지는 달라졌을 것이다. 오래 참지 못한 게 그의 약점이다. 매스컴의 조명을 받지 못하면 발병이 날 정도로 조급증 같은 게 있다. 한때 권력을 쥐락펴락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그는 존재감을 부각시키려고 매스컴 노출 빈도가 잦다. 노무현 정권 때 대권주자였기 때문에 뭔가 큰 역할을 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으로 비친다. 지역에서조차 그의 행보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 이유는 가능성이 작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부터 전주 김제통합을 들고 나온 것도 생뚱 맞다. 김제시민들 분란만 일으켰다. 전주 완주도 통합을 못하고 있는 판에 웬 전주 김제 통합이냐는 것이다. 왜 그가 이 시점에서 전주와 김제를 통합시켜야 한다고 주창하는지 그 저의에 의심을 갖는다. 혹시 그걸 명분 삼아 도지사 선거에 나서려는 것 아닌가 하는 시선도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인 정의원은 전주시민들이 왜 그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줬는지 다시금 헤아려 봐야할 때다.

 

·백성일 상무이사·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