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만 확인시켜 준 '사랑의 그린 PC'

중고 기증받아 소외계층에 지원…올 703대 / 사양 떨어져 생색내기 지적…道 "90% 만족"

정부와 지자체에서 ‘사랑의 그린 PC’를 무상으로 보급하고 있지만 보급되는 PC 사양이 현격히 떨어져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랑의 그린 PC’ 사업은 지역, 계층간 사회 통합을 유도하고 정보화에 기여한다는 의미로 1997년부터 개인이나 단체로부터 중고 PC를 기증받아 소외계층에게 나눠주는 형식으로 이뤄져 왔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장애인, 한 부모 가정, 차상위계층, 다문화가정 등이 신청 대상이며 장애인수용시설이나 보육원, 양로원, 재활원 같은 사회복지시설도 가능하다. 신청의 경우 선착순으로 이뤄지며 3년마다 신청할 수 있다.

 

전북도는 기존에 우체국에서 담당하던 업무를 2009년부터 넘겨받아 사업을 진행 중이며, 올해 4월 신청을 받아 703대를 도내 가정과 단체에 지원했다.

 

하지만 빠르게 노후화되는 컴퓨터의 특성상, 수 년이 지난 기종을 후원받아 지원하는 것이 ‘무상이니 그냥 받아라’ 식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전북도 관계자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 지침으로 펜티엄4 이상을 최소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중고 PC를 지원받은 A 씨는 “무상 지원을 정말 고맙게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작은 모니터 화면과 낮은 PC 사양으로 실망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지자체나 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내 한 장애인시설 관계자도 “초보자들이나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간단하게 사용하기에는 별 무리가 없지만, 지원되는 PC마다 차이가 크다”며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장애인들에게 가족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그린 PC 신청을 추천하기도 하지만, 가정에서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도는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만족하고 있다고 답해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북도 정보화총괄과 관계자는 “기증된 중고 PC의 사양이 정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불만이 나올 수 있지만, 1년 정도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지원 대상자들에게 전화로 문의한 결과 90% 이상이 만족하고 있어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내년부터 지원 예산이 줄어 신청자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한정된다”며 “단체나 다른 개인의 경우 보급이 어려워질 전망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