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서점가 한해 돌아보기] 탄핵 여파…정치·시사도서 인기 '이변'

도내 일부서점, 시국 관련 책 모은 특별코너 개설 / 맨부커상 수상 '채식주의자' 여파 소설 판매 증가

▲ 전주 서신동에 위치한 호남문고에서 시국 관련 서적들을 모아 비치해놓은 ‘한손엔 촛불, 한손엔 헌법을’섹션. 김보현 기자

책은 기쁠 때면 유희가 되고 고통스러울 때면 위안이 되며 혼란한 세상에선 지침서가 된다. 올 한해 전북도민들은 어떤 책을 통해 위로 받고 길을 물었을까.

 

전주의 홍지서림, 호남문고, 문화서적과 군산 한길문고 등 도내 지역 서점들에 따르면 올해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창비)로 인해 예년보다 소설책 구매가 크게 늘었고, 하반기에는 암울한 정치현실로 인해 정치·시사적인 책들에 대한 관심과 구매가 급증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정치인과 언론인이 정치적 이슈에 관해 쓴 책과 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헌법 서적들이 높은 판매율을 보였다. 특히 도내 서점에서는 시국과 관련해 이슈를 끈 책들을 모아놓은 특별 섹션도 생겨났다.

 

전주 서신동에 위치한 호남문고에서는 ‘한손엔 촛불, 한손엔 헌법을’이란 주제로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돌배게),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연설비서관을 지냈던 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 (메디치미디어), 함세웅 신부·주진우 기자의 <악마 기자 정의 사제> (시사IN북), 정철운의 <박근혜 무너지다> (메디치미디어), <김영란의 열린 법 이야기> (풀빛)등을 잘 보이는 서점 입구 쪽에 배치했다.

 

호남문고 관계자는 “서점인만큼 책을 통해 국민의 뜻을 보여주자는 내부 의견이 나와 코너를 별도로 만들었다.또한 서점에 주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이 방문하는데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군산의 한길문고에서도 ‘직원들이 추천하는 책’ 코너에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 (푸른숲), <대통령의 글쓰기> 등을 올렸다.

 

올 한 해 전반적으로는 한강의 <채식주의자> 가 지난 5월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전국적으로 소설 열풍이 불었다.

 

도내에서도 올해 소설 판매가 예년보다 늘었는데, 지난 29일 전주 문화서적 등 일부 지역 서점에서는 여전히 <채식주의자> 가 품절된 상태로 현재까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지역에서 나온 서적들도 세종도서문학나눔에 선정되고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지역 출판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로 문학 서적이 주목을 받았는데, 허수정의 소설 <노령> (신아출판사), 윤수천의 <멋진 춤을 보여줄게> (소년문학), 형효순의 수필집 <이래서 산다> (수필과비평사), 정양의 시집 <헛디디며 헛짚으며> (모악), 박기영의 시집 <맹산식당 옻순비빔밥> (모악) 등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6 세종도서 문학나눔에도 선정됐다. 정양과 박기영 시인은 이번 신간으로 각각 구상문학상과 고양행주문학상을 받았다.

 

출판사 관계자들은 “중앙의 대규모 출판사들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지역 서적들이 조명받은 것은 뛰어난 작품성과 작가의 역량으로 인한 결과”라고 분석하며 “호남문고, 홍지서림 등 일반 서점에서도 지역 서적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만큼 도민들이 지역 작가들의 책도 많이 관심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