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이었고, 날씨는 흐렸고, 낮잠을 이기려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치열하고 살았고, 그래서 아팠고, 더불어 많이 단단해졌다. 글을 쓰는 내내 자문했다. 내가 과연 글을 쓸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물었다. 누군가는 펜과 노트만 있다면 글을 쓸 수 있다고 했지만 양심의 가책은 늘 저를 괴롭혔다.
올 한해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 일들은 송곳이 돼 제 모난 곳을 더욱 뾰족하게 파고들었다. 요지경 같은 세상 속에서 지친 날들이 하루하루 맥 빠지게 흘러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늘도 이렇게 간절히 소망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연한 걸 당연하게 여기는 당연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이 무장해제 된 아이들의 웃음처럼 쨍하고 맑은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동화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우리의 마지막은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로 끝났으면 좋겠다. 거기에 제 글이, 제 작은 역할이, 세상에 지친 누군가에게 꿀 같은 단비가 되어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