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화 심사평] "글 쓰는 바탕 튼실, 훈훈한 여운 남겨"

▲ 한윤이 동화 작가

당선작으로 뽑은 동화 ‘할머니의 라디오 사연’은 구성이나 문장에서 빈틈이 거의 없어 글을 쓰는 바탕이 튼실함을 보여주었다.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이토록 알뜰살뜰 깔끔하게 엮어 훈훈한 여운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 좋은 동화작가로 눈여겨 볼 만할 듯싶다.

 

엄마를 잃고 아빠는 일자리를 찾아 지방에 가 있어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조손가정’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12살 어린이 예은이는 허구한 날 라디오를 들으며 ‘청취자 사연’에 줄곧 글을 보내는 할머니가 답답하여 자주 맞부딪친다. 결국, 할머니의 집착은 예은이를 향해 끊임없이 샘솟는 뜨거운 사랑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 과정의 전환도 무리가 없다.

 

긴 여운을 남기는 끝마무리도 좋았다.

 

예심을 거쳐 넘어온 작품은 모두 10편이었다. 좋은 작품을 골라내는 일은 결국 흠이 있다고 생각되는 작품을 내려놓는 일이다. 진부함을 뛰어넘은 소재나 전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도 있었으나 완성도에서 허점이 크다거나, 대상에 대한 좀 더 깊은 애정과 당위성에 대한 고민이나 천착의 노력이 아쉽다거나, 어린이 독자에게 읽히기 거북한 거친 말을 쓰고 있다거나…. 작품을 내려놓을 때마다 거기에 배어 있는 열정과 고뇌의 흔적이 안타까워 마음이 무거웠다.

 

신춘문예 당선이 문단 등용의 관문이 되어 온 지 그 역사 오래이다. 용이 승천할 때의 그 힘찬 용트림 같은 신인의 패기가 있었다. 그런데 세월이 갈수록 그 강도가 약해지고 있다. 세상이 너무 풍요해져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