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근사한 선물인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우리들의 고향은 비약적이고 시린 곳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도 늘 어미닭이 병아리를 품듯이 따뜻한 체온을 느끼게 해주는 모체다. 점점 쇠약해져가는 농촌의 현실이 마음 아프지만 시란, 그 본질적인 곳에서 울림을 줄 것이라고 믿었다.
되돌아보면 비탈길을 내려와 햇살 쏟아지는 신작로로 떠나 온 그곳. 화려한 도색의 글들이 쌩쌩 지나간 뒤를 바라볼 때마다 나의 글은 갓 도시에 입성한 사람처럼 주눅이 들고 한없이 초라했다. 그런 시를 위로한 것은 바람의 속삭임이었다. 바람은 내 손을 잡고 물결치는 푸른 보리밭을 날다가 꽃가지를 흔들어대며 깔깔거리기도 했다. 그 촌스러움은 한없이 작아지다가 흙과 햇살과 바람과 별빛을 가득 채우는 넓은 가슴이기도 했다.
소박한 시를 쓸 수 있는 환경과 우리들의 고향인 촌에 감사한다. 또한 힘을 실어 주신 유안진, 이동희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두 분의 선택에 누가 되지 않는 시를 쓰도록 노력하겠다.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딸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한 날이다. 늦게 찾아 온 시가 늦은 것이 아니라 이미 어린 날의 순박한 체득이었음을 고백한다. 우리들의 고향을 위해 언제나 흙냄새 나는 정론을 펼치고 있는 전북일보에 감사드린다. 잊지 않고 글다운 글 열심히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