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초연결성·초지능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전북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농생명 수도를 표방하며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한 농생명과학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2017년은 전북의 미래산업 기반이 가시화되는 시기다. 올해 하반기에는 국가식품클러스터와 김제민간육종단지의 준공을 계기로 식품·종자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기틀이 형성됐다. 정유년을 맞아 전북을 넘어 대한민국 농업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농생명산업의 청사진을 조명해 본다.
농업인 인식변화 중요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정경숙 팀장
정경숙 농업기술실용화재단 ICT융합사업팀장은 농진청의 R&D 성과를 농업 경영체, 농식품기업 등에 확산·전파하고 있다.
정 팀장은 공학박사 학위와 정보처리기술사 자격증을 보유한 ICT 전문가다. 그는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농생명 SW융합클러스터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농생명 ICT 융복합 첨단기술이 농업현장에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게 그의 일이다.
융합기술이 농생명분야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기술이 실제 농업현장에 적용 가능한지 검증이 필수다.
R&D성과가 실제 농업에 빠르게 적용된다면 전북이 농생명 분야의 수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 팀장은 “첨단기술이 농업분야에 빠르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농업인들이 인식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연구개발 성과와 농가의 보폭이 잘 맞춰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융합기술 상용화
△전자부품연구원 최주환 센터장
전자부품연구원 농생명SW융합클러스터의 최주환 센터장은 산학연 네트워크를 구성해 협력R&D를 지원, 전북의 농생명산업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또한, 센터는 상품화 단계에 있는 IT 기술을 농가에 적용하기 위해 ‘개방형 네이처 랩(Open Nature Lab)’을 운영 농가에 기술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그는 개방형 농생명 SW클러스터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학연 공동연구 활성화와 SW융합기반의 기술개발을 통해 새로운 수요 창출을 도모하고 있는 것.
현재 SW융합센터는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전북도, 전주시의 지원으로 ‘개방형 농생명 SW융합클러스터 구축 및 운영사업’을 진행 농생명 수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주환 센터장은 “향후 농생명 SW융합 전북센터는 브랜드화, 자립화로 전국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국제협력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IT중심 산단 구축 절실
△메타로보틱스 박기선 대표
메타로보틱스의 박기선 대표는 도내 로봇기술의 선두주자다. 창립당시에는 3D프린터 하드웨어 설계 기반을 구축했고, 지난해에는 농업용 로봇 브랜드 ‘반디’를 출범시켰다.
로봇 전문 브랜드 ‘반디’의 대표제품은 방제드론이다. 방제드론은 농업인들이 가장 기피하고 힘들어하는 방제작업을 드론을 활용해 수행함으로써 인체에 유해한 장시간 작업과 농약 중독으로부터 작업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기체 운용이 간편하며 무인헬기의 1/4 가격으로 농가에 보급이 가능하다.
박 대표는 첨단기술과 농업이 결합되면 농업에 대한 인식변화는 물론 고령화되고 있는 농가에 젊은 청년들이 하나 둘씩 뛰어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박 대표는 “아직 전북이 농생명 산업기반의 장점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농생명 기업과 IT중심의 산업단지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쌀 가공제품 개발
△국립식량과학원 정지웅 박사
쌀 산업은 온 국민의 주식으로 전체 농민의 생산성과 직결돼 있을 만큼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나 현재 쌀 산업이 처한 환경적·경제적 여건은 불안정한 상태다. 국립식량과학원의 정지웅 박사는 기후변화 대응과 쌀 가공산업 활성화 등에 유용한 벼 육종소재를 개발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 쌀 산업 위기 극복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농진청에 몸을 담은 이후 생명과학기술을 벼 육종현장에 접목, 우리나라 벼 육종기술의 효율성을 높였다.
현재 그는 농진청의 ‘TOP5 융복합 프로젝트’를 통해 쌀가루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의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지웅 박사는 “건식쌀가루의 생산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시도하고 있는 창의적 도전이다”며 “고품질 쌀가루를 통한 다양한 쌀 가공제품 개발로 세계시장을 개척해 한국의 밥쌀용 쌀 수급안정에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밭농사 기계화 시급
△국립농업과학원 강태경 연구사
국립농업과학원의 강태경 농업연구사는 농진청에서 ‘농기계 에디슨’으로 통한다. 그는 현재 밭작물농사 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강 연구사는 “우리나라 논농사의 경우 90% 이상이 기계화됐지만 밭작물은 50% 정도로, 지속적인 농업발전을 위해서는 밭농사 기계화를 통한 국제 경쟁력 향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밭농사는 품목이 다양해 일괄적으로 기계화를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강태경 연구사의 밭작물기계화 연구는 전북식품클러스터와 연계한 식품개발 및 가공공장 설립과도 무관하지 않다. 밭농사기계화가 성공하면 20ha 이상의 집단재배단지 조성으로 고품질의 지속적인 원료공급기지 조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의 노력을 통해 밭 기반정비사업의 추진이 힘을 얻는다면 미래농업은 물론 청년세대가 농업에 눈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누에고치 활용 연구
△국립농과원 조유영 박사
수 천년 전부터 의료용 봉합사로 사용되면서 안전성이 검증된 실크단백질이 최근 의료용 소재로의 개발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실크단백질은 누에고치로부터 얻어지는 단백질로, 생체 적합성이 우수한 물질이다.
과거 입는 실크에서 이제는 의료용 소재 개발로 양잠산업도 새 도약을 위한 전기를 맞고 있다. 누에고치를 의료산업에 활용하는데에는 국립농업과학원 조유영 박사가 중심에 서있다.
그는 실크단백질을 이용해 인공고막용 패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실크단백질 뇌경막을 개발해 특허등록을 마쳤다. 조 박사가 보유한 누에고치 실크단백질 활용기술은 농생명산업의 발전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양잠농가의 소득 증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조유영 박사는 “미래 생명공학의 중심에는 자연소재가 있을 것이다”며 “누에고치가 의료 소재로 활용되면 침체된 국내 양잠산업의 부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