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

 

도둑질하고서도 칭찬받는 것은 야구밖에 없고, 가짜가 진짜보다 좋은 것은 가라 스윙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야구에서 도둑질은 도루(steal)를 뜻하고, 골프에서 진짜 스윙은 대체적으로 가라(연습) 스윙만 못하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것에서 가짜가 진짜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점차 무너지는 듯하다. 진품과 구분하기 어려운 짝퉁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직업가수보다 더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TV에 넘쳐난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는 가사를 가진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도 한 때 인기를 끌었다. 심지어는 공정한 진실을 추구한다는 뉴스 시장에서도 이젠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됐다.

 

지난해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데는 ‘가짜 뉴스’의 역할이 컸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유명 언론사를 본뜬 사이트에 가짜 뉴스를 제작하는 폴 호너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만든 사이트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찾아왔다. 트럼프가 내 덕분에 백악관에 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틀렸다는 것을 조롱하기 위해 가짜 뉴스를 만들었는데, 오히려 그들은 가짜 기사를 믿고 즐겼다는 게 호너의 주장이다. 그는 “트럼프가 아무 말이나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그의 말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도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고 그의 말을 믿었다. 누구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라고 했다.

 

가짜 뉴스를 만들고 퍼뜨리는 일은 매우 쉽다. 애플리케이션도 나와 있다. 대부분 재미삼아 호기심으로 가짜 뉴스를 만들지만, 숨겨진 목적을 담을 수도 있다. 그런데 가짜 뉴스는 대부분 진짜 뉴스보다 더 생생하고 자극적이어서 SNS를 타고 삽시간에 퍼져 나간다. 가짜 뉴스라는 사실이 곧 드러나지만, 한번 본 뉴스에 대한 인상과 기억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기존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클수록 더욱 그렇다.

 

올해엔 우리나라도 대선을 치른다. 가짜 뉴스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언론의 자유 논란과 기술적 한계 등으로 강력한 규제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분별할 수 있는 국민들 개개인의 능력이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더욱이 올 대선은 촛불시위의 정신을 살려낼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선거다. 가짜 뉴스에 의해 대선이 휘둘리고 결과까지 좌우된다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정권의 정통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국민들이 좀 더 냉정하고 똑똑해져야 한다. 이성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