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국 중의 하나인 NPR(National Public Radio)에서 재미있는 방송을 하나 들었는데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짜 기사가 선거에 끼친 영향과 그 가짜 기사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파헤친 한 온라인 매체의 기자와의 대담 방송이었다. TV광고를 주 매체로 사용한 힐러리에 비해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온라인 광고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특히 트럼프와 그의 참모진들은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가짜 기사들(대부분 힐러리를 디스하거나 모함하는)을 트위터에 올리고 리트윗해 그를 지지하는 추종자들이 그 기사들을 맹신하도록 만드는데 기여했다.
이런 가짜 기사는 처음에는 그 숫자가 많지 않았으나 선거전이 치열해질 수록 그 수가 늘어나 선거 전 3개월 쯤 부터는 주요 매체들의 모든 선거 관련 기사들을 합친 수보다 소셜미디어에 더 많이 유통됐다. 가장 많이 유통된 페이스북을 보면 선거일 3개월 전부터 선거일까지 가짜 기사는 총 870만 번이 공유되거나 ‘좋아요’를 받거나 댓글이 달린 반면 주요 매체의 선거 기사는 730만 번이었다. 페이스북의 주커버그도 처음에는 이런 가짜 기사가 선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선거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하였다가 나중에 가짜 기사들이 선거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 후에는 가짜 기사들을 걸러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페이스북에 설치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가짜 기사들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지를 파악한 기자에 따르면 그 생산 공장들의 많은 수가 유럽 발칸반도에 자리한 작은 나라 마세도니아의 한 작은 도시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자극적인 가짜 기사를 만들어 자신들의 가짜 영어 미디어 뉴스 사이트에 올려놓은 후, 트럼프를 지지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등에 가입해 그러한 기사의 링크들을 올렸다. 사람들이 그 기사를 클릭하면 그들이 만든 가짜 뉴스 사이트로 방문을 하게 되고 사람들은 정식 뉴스 사이트와 같이 생긴 그 사이트에서 기사를 읽게 되는 구조였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그러한 기사 공장의 운영주들이 러시아 푸틴의 사주를 받은 스파이도 아니고 트럼프에 의해 고용된 댓글부대도 아닌 마세도니아의 어린 청소년들을 포함한 젊은이들이었다는 것이다. 왜 그들은 자신들과 아무 관련이 없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해 트럼프를 높이고 힐러리를 모함하는 영어 뉴스 사이트를 만들고 가짜 기사를 만들었을까? 그 이유는 이렇다. 자신들의 사이트로 많은 트래픽을 유도한 후 사이트에 심어 놓은 구글 애드를 통해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한 것이었다. 힐러리를 비난하는 기사를 쓴 것은 순전히 트럼프 지지자들이 그런 기사를 잘 퍼나르고 또 클릭하는 클릭율이 높아서 였다는 것이다.
아마도 한국의 다음 대선에서 가장 큰 문제는 카톡을 통해 유통되는 ‘진보 진영 후보’에 대한 가짜 기사들일 것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 본 카톡메세지에는 ‘북한과 내통한 문재인이 미국에 수천억원을 돌렸다’라는 내용과 함께 그가 구입했다는 수천평에 달하는 미국대저택의 위성사진까지 곁들여져 있었다. 한번 전해지면 자신들의 나름 뛰어난 정보 습득 능력을 과시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여기저기 끝없이 뿌려지는 이 가짜 카톡 기사들. 이것들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조직적인 세력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면 진보 진영의 선거는 아마도 힐러리와 마찬가지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