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과 무등산

 

모악산과 무등산은 많이 닮았다. 기본적으로 전주와 광주라는 중심도시 곁에 자리잡아 무엇보다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산이라는 점에서 같다. 모악산에 천년고찰의 금산사·귀신사가 있다면, 무등산에는 증심사원효사가 있다. 다양한 생물종이 살고 있는 두 산은 많은 등산객들로 생태계 훼손을 우려한다. 평야지대에 우뚝 솟아 정상 높이에 비해 멀리 조망할 수 있는 점도 비슷하다. 산 정상에 방송국 송신탑(모악산) 혹은 군부대 주둔(무등산)으로 정상 접근을 방해하고 있는 점은 모두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러나 모악산과 무등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차이가 나고 있다. 그대로인 모악산과 달리 무등산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면서다. 모악산 보다 늦게 도립공원에 지정된 무등산은 도립공원을 넘어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지난해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신청 후보지로 이름을 올려 세계유산을 향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무등산 정상의 군사시설 이전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점도 모악산과 다른 상황이다.

 

‘내 고장 모악산은 산이 아니외다 / 어머니외다 / 저 혼자 떨쳐 높지 않고 / 험하지 않고 / 먼 데 사람들마저 / 어서오라 어서오라 / 내 자식으로 품어 안은 어머니외다’(중략). 완주 구이쪽 모악산 입구에 들어서서 만날 수 있는 고은 시인의 시비 ‘모악산’에 나오는 시처럼 굳이 무등산과 비교 없이 그대로의 어머니 품으로 족할 수 있다. 새해 첫 날 해돋이를 보려고 1만명 넘게 시민들이 찾을 만큼 모악산은 그야말로 시민의 산이다. 산 중턱 사찰에서 떡국을 먹고, 한 해 소원을 빌며 타종의 기회를 갖는 행복이면 충분하다.

 

그런 평온이 도시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흔들린다. 정치적인 면에서 더욱 그렇다.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올 새해 무등산에서 해맞이를 했다. 전북에서는 전날 풍남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석 정도로 인사를 했다. 국민의당 전 대표인 안철수 의원도 지난해 호남 총선을 승리로 이끈 후 무등산 등반으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호남에서 정치력이 필요할 때면 무등산을 찾아 호남의 정신을 치켜세우곤 했다. 대선 후보나 대통령 중에 모악산을 찾아 의미를 부여한 적이 없는 것과 대비된다. 모악산과 무등산의 차이가 아닌, 전주와 광주간 힘의 차이다. 무등산에 비해 결코 기죽지 않을 모악산이 서운해 할 일이다. 아니 정치인이 밟지 않아 오염되지 않았다고 가슴을 쓸어내릴 지도 모르겠다. 김원용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