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까지는 아니어도 생명을 지켜주는 게 안전띠라고 한다. 실제로 안전띠 덕택에 큰 추돌사고를 당하고도 목숨을 지킨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사고 유형에 따라서는 안전띠를 맨 것이 오히려 역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를 앞세워 ‘재산’의 일부로 범칙금을 물게 하는 게 무조건 온당한 일인지 의문이 드는 까닭이다.
경찰은 단속해서 범칙금을 물리고, 한국도로공사에서는 안전띠 매기를 부지런히 독려하고 있다. 고속도로에 내걸린 전광판이나 플래카드에 적힌 각종 문구가 그걸 말해준다. ‘전 좌석 탑승자 안전띠 착용은 필수!’, ‘안전띠 미착용 단속중’ 등 눈에 익은 문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안전띠 착용 비율을 비교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죽고 사는 걸 결정하는 건 안전띠입니다!’도 그중 하나다. 안전띠 착용을 독려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썼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한마디로 죽고 싶지 않으면 안전띠를 매라는 것인데, 좀 섬뜩하게 보여서 하는 말이다.
‘안전띠를 안 매셨다면 당신은 치명적 흉기!’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 앞에 내걸린 배너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건 한 술 더 떴다. ‘흉기’가 어떤 말인지 제대로 알고나 쓴 걸까. 안전띠를 안 맸다고 그런 운전자들한테 당신은 흉기라고 윽박지르는 게 납득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나라의 법질서를 유린해놓고도 청문회장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그들’한테라면 또 모를까.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