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어느 날 중국의 한 도시에 허름한 복장의 한국 남자가 도착했다. 그가 들고 온 것은 다름 아닌 유자차였다. 전남 해안가에 무성하게 심겨진 유자는 그 때만해도 국내에서 그다지 상품성이 없었다. 이 남자는 그 동안 중국 에서 팔릴 만하다고 생각한 제품을 들고 왔었으나 번번이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몇 번의 실패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밑져야 본전이다 라는 심정으로 원료도 저렴하고 생산 비용도 적게 들어가는 유자차를 중국시장에 소개한 것이다.
이 유자차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마트의 한 매장에서 하루에 600병이 팔려 나갔다. 한 달에 600병만 팔리면 더 이상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던 애초의 꿈은 이렇게 현실이 되었다.
2017년이 밝았다. 그러나 우리에게 다가온 새해는 암울하고 어둡기만 하다. 늘 그렇듯이 중소기업이 더 어렵다. 제품의 경쟁력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국내외 여건이 호전될 기미가 없다. 10년전 유자차를 들고 중국으로 갔던 남자의 심정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기업의 획기적인 매출 증가는 혹독한 시련의 문턱에서 기회를 잡는다. IMF 사태를 온 국민이 극복함으로서 우리의 경제는 더 내실화가 이루어졌다. 취약했던 금융시스템도 선진화가 되었다. 어쩌면 하늘은 우리에게 빛나는 영광의 목전에 시련이라는 장애물을 설치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의 사드 반대와 그로 인한 비관세 무역장벽 그리고 일본의 견제와 미국의 보호무역이 우리에게 토네이도 급의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냉정한 현실이다. 그러나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맞서야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정부도 지난해부터 보다 적극적인 수출 증진 정책을 펴고 있는 중이다. 수출 감소는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 된다. 수출은 우리 생존에 필요조건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다.
KBS 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삼둥이가 착용해 큰 인기를 끌었던 유아용 안전벨트 ‘허그돌’은 두 청년 사업가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상품이다. 2015년에 쾰른 유아용품 박람회에 참가하여 바이어들에게 관심을 끌었고 작년에 대만으로 많은 물량을 수출할 수 있었다. 이미 미국과 유럽으로의 수출이 예약된 상태다. 혁신적인 제품 개발이 무조건 많은 자본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혁신이고 창조다. 중국이 사드를 반대하며 아무리 무역장벽을 만들어도 국가 간의 무역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가 중국으로 나가는 중간재 부품을 끊어버리면 중국의 완성품 공장도 타격을 입게 된다.
약점은 상대에게도 분명히 있는 법이다. 중국 시장도 변하고 있고 과거의 개념으로 도전해서는 안 되는 시장이다. 우리에게는 이제 전략과 전술 모두가 필요하다. 더구나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전략적 개념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다. 많은 분들의 건투를 빈다.
△채승완 단장은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무역관장, 러시아 모스크바 무역관 부관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