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총장 불출마…대선구도 요동

"정치교체 명분 실종…순수한 뜻 접겠다" / 범여권 계획 차질, 야권도 손익계산 복잡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여권의 유력주자였던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향후 대선정국이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그뿐만 아니라 반 전 총장과 연대 등을 통해 야권에 대항하며 활로를 모색하려던 범여권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반 전 총장은 1일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귀국해 대권행보를 시작한 지 21일 만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회견에서 “(귀국 후) 갈가리 찢어진 국론을 모아 국민 대통합을 이루고 협치와 분권의 정치문화를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말씀드렸지만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도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불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이런 결정을 한 심경에 대해 국민 여러분이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기를 바란다”며 “지난 10년간 걸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반 전 총장이 갑작스럽게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야권 후보보다 지지율 면에서 이렇다 할 두각을 보이지 못하는 여권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의 대권 후보 만들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범여권 주자 중 선두를 유지하며 야권 후보들과 경쟁 구도를 형성했던 반 전 총장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또 황 권한대행이 실제 대선에 나서기 위해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에게 권한대행을 넘겨야 하는데 여권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국정 공백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이 카드를 마음 놓고 사용하기도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반 전 총장의 사퇴가 보수층의 결집을 끌어낼 가능성이 있고, 반 총장의 지지율이 어느 방향으로 옮겨갈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너무 갑작스러운 결단이어서 여야 모두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특히 여권의 충격이 커 보인다”면서 “여야 모두 대선 로드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