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족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최근에 내놓은 가공식품 시장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기준 국내 간편식 시장의 규모가 1조6720억 원으로 4년 전인 2011년의 1조1067억 원에 비해 51.1% 증가했다. 또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2013년 780억 원에서 2015년 1329억 원으로 2년 사이에 70.4%나 늘었다. 나 홀로 밥 먹는 ‘혼밥족’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혼밥족 뿐 아니다. 홀로 술을 마시는 ‘혼술’, 혼자 여행을 떠나는 ‘혼여’, 혼자 노래를 부르는 ‘혼곡’, 혼자 노는 ‘혼놀’, 혼자 연극을 보는 ‘혼연’,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 등 1인 소비의 확장은 끝이 없다. 경기침체와 1인 가구의 증가로 ‘홀로소비’가 새로운 소비패턴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말 현재 국내 1인 가구는 27.2%로 2인 가구(26.1%)나 3인 가구(21.5%), 4인 가구(18.8%)보다 많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독거노인도 늘었지만, 경기침체로 취업과 결혼이 늦어지면서 혼자 사는 젊은층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혼밥족의 증가는 우리시대 청년들의 안타까운 삶을 반영한다. 경기침체 여파로 제대로 취업을 하지 못해 열정페이를 받으면서도 항상 시간에 쫓겨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청년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혼술이나 혼영 등의 소비현상은 혼밥과는 약간 다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의 압력만이 아니라 ‘편하다’ ‘구속받고 싶지 않다’는 등 자발적인 선택 이유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물론 자발적인 선택도 순수하게 자신의 의사만은 아닐 수 있다. 경제적 사정이나 시간적 여유 등을 고려한 변명일 수 있다.

 

그러다면 앞으로 경기가 나아지고 청년들의 삶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이면 홀로소비는 줄어들 것인가? 슬프게도 그렇지는 않을 듯하다. 기술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적인 삶의 여유는 더 위협받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성세대는 밥먹고 술마시는 일을 인간 교류와 사회 소통의 과정으로 여기며 살아왔지만,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사람을 직접 대하기 보다는 모바일폰을 통해 접촉하는 것이 더 편하고 익숙해졌다. 로그인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원하는 정보를 얻고 필요한 것을 주문하고 만족하며 살아가는 미래 세대에게서 과연 우리는 인간들 간의 끈끈한 정 같은 것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이성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