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과 AI, 언제까지 살처분만 할 것인가

구제역과 AI 의심축에 대한 검사 결과, 7일 모두 양성 판정이 내려졌다. 정읍시 산내면 한우농장의 소에 내려진 구제역 확진 판정은 지난해 1월 12일 김제시 용지면의 돼지농장 구제역 후 13개월만이다. 김제시 공덕면 산란계 농장의 AI 확진은 올들어 잠잠했던 고병원원 조류인플루엔자의 재발이다.

 

이들 농장 주변에서는 수십만 마리의 가축이 사육되고 있다. 한우 사육으로 유명한 정읍시 산내면 농장의 3㎞ 반경에는 소 농가 18곳, 염소 농가 7곳, 사슴 농가 1곳 등 26곳이 있고 사육두수는 59만7000마리에 달한다. 김제시 공덕면 산란계 농장과 그 반경 500m 내에는 가금류 31만9000마리가 있다.

 

이들 가축전염병은 일단 발병하면 불가항력적이다. 당국은 전염병 확진 판정이 난 농장은 물론 주변의 돼지와 소, 염소, 양, 사슴(이상 구제역), 닭과 오리(이상 AI)를 모두 살처분 하고 있다. 구제역의 경우 다행히 백신이 있기 때문에 사전 백신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지만, AI의 경우 예방백신 조차 없어 그 피해가 훨씬 심각하다.

 

당국이 할 수 있는 대응은 극히 제한적이다. AI 가금류는 무조건 살처분하고, 구제역의 경우 살처분과 백신 접종 강화 조치를 한다. 이번 정읍 산내 구제역과 관련해 당국은 구제역 위기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한 뒤 일시이동중지(스탠드 스틸)을 발령했고, 전국적으로 구제역 백신 일제접종을 시행한다.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소독을 강화한다. 그게 끝이다.

 

구제역과 AI가 발병할 때마다 무자비한 가축 살처분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국의 조치는 소독과 이동제한, 동물복지를 고려한 살처분이 고작이다. 구제역 백신의 효능도 문제다. 영국에서 수입하는 백신을 냉장 보관했다가 가축에 접종하고 있지만 충북 보은군 마로면 농장의 젖소는 항체 형성률이 20%에 불과했다. 백신을 계속 접종하고 있지만 구제역이 발병하는 것은 백신과 유통·보관 등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당국의 가축 방역에 대한 낮은 인식도 문제다. 2000년 대 들어 거의 매년 발병하고 있는 치명적 가축전염병으로 인해 수조원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가축방역 전담조직은 미미하다. 방역 전담 인력도 태부족이고, 체계적인 방역 장비 및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건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