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곳마다 텔레비전에서 쏟아져 나오는 뉴스를 듣다보면 마치 소낙비 오는 날 양철지붕 아래 서 있는 것처럼 속이 다 시끄럽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끌 일도 아닌 것을. 양심의 거울을 한 번만 닦아보았어도 벌써 해결되었을 일을.
세상이 어수선하고 어지럽거나, 나라가 어쨌거나 사회는 공평하게 일을 나눠 분업이 되어 있으니 그 문제는 그 일을 해결해야할 사람들의 몫이다. 나머지 국민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충실히 이행하면 된다.
하 수상한 나라 사정 속에서도 우리 전북에는 요즘 좋은 일이 있다. 어마어마하게 큰 비행기 한 대가 날개를 활짝 펴고 우리 전북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 오랜 숙원이던 기금운용본부가 드디어 우리 전북에 착륙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나라가 혼돈의 와류에 휘말려있는데 좋아라 한다고 지역이기주의자라 지청구를 들어도 어쩔 수가 없다. 기금운용본부 유치를 위해 한때 1인 시위도 마다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정말 좋은 일이니 기쁨을 감추고 싶은 마음이 없다.
기금운용본부가 어떤 곳인가? 무려 550조원의 기금을 굴리는 세계 4대 초대형 투자기관이다. 이런 거대한 기관이 서울에 본거지를 둔 외부협력기관과의 지리적 격리 문제를 무시하고 우리 전북으로 날아오고 있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 전북의 현실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금운용본부라는 거대한 비행기는 날아오고 있는데 우리는 그 비행기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과거 삼성의 새만금투자 철회의 상처는 잊지 않고 있는가?
기금운용본부는 거래기관만 해도 342개에 이르고 월 3000여명, 연 3만 6000여 명의 사람들이 찾아드는 곳이다. 또 경제적 생산효과가 연 1,065억에 이르고 9400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도 주어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그런 이면에 우리 전북은 서울에 비해 인적, 물적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뒤쳐진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또 국내외 투자자들이 참석하는 투자관련 회의를 유치할 수 있는 컨벤션과 숙소로 이용할 고급호텔 준비 또한 미비한 실정이다.
기금운용본부라는 거대한 비행기가 무사히 연착륙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국제회의를 유치할 수 있는 컨벤션 산업을 하루 빨리 진행하고 국내외 투자자들이 편히 묵고 갈 수 있는 고급호텔도 시급히 건립해야한다.
기회가 왔을 때 그 탄력을 이용해 솟구쳐 올라야 한다. 이번에야 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할 수 있는 기금운용본부를 꽉 부둥켜안고 한국의 중심 전북이 아니라 세계 속의 전북으로 거듭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