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남부시장 호황의 그늘 ③ 개선 방안] 시설 깨끗하고 편리하게

문화 유통·소통 공간으로 변화 필요 / 무허가 건축물 양성화 등 대책 절실

전주 남부시장은 국내 시장 중 전통시장 활성화와 관련해 사업성과가 좋은 시장으로 가장 호평받는 곳이다. 야시장과 청년몰을 필두로 국내에서는 남부시장 이외에 더 나은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좋은 성과를 내왔다.

 

이 때문에 전주 남부시장은 그동안 전국에서 숱하게 제기돼 온 전통시장 활성화의 난제 해결을 선도할 수 있는 시장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남부시장은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야시장과 청년몰의 성공을 시장 내 모든 상인과 전통시장 전체로 이어나가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변화의 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물론 일반 시민들은 이러한 문제 해결의 필수 요건으로 전통시장 시설의 현대화를 꼽는다. 전통시장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불편하고 비위생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깨끗하고 편리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대학교 경제학과 안진 교수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비교했을 때 전통시장이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 중 가장 떨어지는 부분이 바로 시설이다”며 “신선하고 좋은 물품을 홍보해도 일반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환경과 동떨어진 곳은 다시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어 “현재 전통시장을 주로 이용하는 연령층이 장년층임을 고려하면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10~20년 후에는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질 수 있다”며 “전주시나 상인회 등에서는 청년층이 전통시장에 유입될 수 있도록 전통시장을 현대화하는데 예산을 아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남부시장 상인회에서도 청년층의 유입을 늘리기 위해 고심중이다. 젊은층의 유입으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고 젊은층 친화적인 시장으로 변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애초에 청년몰을 시작할 때 기대가 컸다.

 

최근에는 변화의 모습도 감지된다. 기존에는 시장 상인들도 자신의 2세가 시장에서 일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부모가 장사하던 자리를 자식이 물려받아 운영하는 곳이 남부시장 안에 4~5곳이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점포는 부모가 하던 업종을 물려받은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은 것이다.

 

시장 구성원과 업종도 기존의 것들에서 변화가 필요하고 전통시장이 갖는 역할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등 선진 시장 견학을 다녀온 남부시장 상인회는 전통시장이 지역사회와 끈끈한 연대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한다.

 

상인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보다 시장 문화가 15~20년 정도 앞서있다고 평가받는 일본의 경우 전통시장이 활성화돼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운영 중이다”며 “시장 내에서 지역주민을 위한 공연이 이뤄지는 등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전통시장이 기존의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만이 아닌 문화의 유통과 소통을 이루는 공간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시장 활성화와 관련해 전통시장을 이끌 수 있는 특별한 업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남부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선도하는 업종이 있어야 하는데 기존에는 피순대와 콩나물국밥이 그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청년몰과 야시장이 그 역할을 시장 전체로 더 넓혀야 한다”며 “현재는 전통시장이 변화하는 과도기로 보고 기존의 사고파는 시장의 역할에 더해 지역사회 주민들과 소통하고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고심 중이다”고 말했다.

 

전주시 차원을 넘어 중앙 정부나 국회의 도움도 필요하다. 전통시장이 가진 근본 문제인 무허가 건물의 경우 시 차원에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중앙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전통시장 상인들이 안전한 기반에서 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 등 조속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