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새내기 캠프 '여장 남자 대회' 물의

선배들에게 좋은 정보 얻지만 악습 이어져 / "강압적 분위기·여성 대상 성 희화화" 지적

최근 도내 한 대학의 모 학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선 신입생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공지들이 쏟아졌다.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2박 3일간 OO군 OOOO연수원에서 단과대학 학생회 주관 새내기 캠프를 진행하는데, 과별로 장기자랑을 준비해야 합니다. 가급적 참여했으면 하고요. 그리고 여장 남자를 할 사람도 한 명씩 필요합니다. 참고로 다른 학과에서 준비된 컨셉은 미츠하·지은탁·이엘·써니·할리퀸·이슬이(포켓몬)·박근혜라고 하네요.’

 

대학 신입생 환영회, 일명 ‘새내기 캠프’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앞으로의 대학생활에 도움을 받기 위해 캠프에 참가해 선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하지만, 교수·선배·동기들 앞에서 장기자랑을 하고 술을 마시며 종합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신입생은 개개인이 생각하기에 따라 ‘강제인듯 강제아닌 강제같은’ 새내기 캠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도내 한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A씨는 “출발 전날부터 춤 연습을 해야하는 등 새내기 캠프에 불편을 호소하는 친구도 있다”며 “뒤풀이 행사에서는 선배들의 방을 찾아가 술을 받아 마셔야 하는 일정이 포함돼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황당한 건 과별 여장 남자 대회를 한다는 건데, 현재 우리 과에서는 자신이 그 역할을 하겠다고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다”며 “이게 과연 새내기를 위한 캠프인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남성 신입생에게 여성을 상징하는 의상과 가발, 액세서리 등을 착용시켜 희화하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채민 활동가는 “남성들의 여장 대회는 성과 관련, 왜곡된 시선을 만드는데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성을 희화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학의 새내기 캠프는 과별 학사일정 소개 및 학교 홍보 등이 포함돼 신입생들이 알아야 할 유익한 정보도 있다. 그러나 A씨처럼 상당수 대학의 신입생들은 상황이 다르다. 신입생 캠프 때 선배들에게 밉보이거나, 단합하지 않으면 그만큼 앞으로의 대학생활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유한 대학 문화를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일부 신입생의 입장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김영기 대표는 “연초에는 신입생 환영회 행사에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은데, 이는 신입생들이 느낄 강압적인 행사 분위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며 “특히 학교가 학생들의 행사에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대학본부 측 관계자는 “단과대 학생회가 행사를 주관하면서 새내기 캠프 프로그램을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만든 것”이라며 “본부 확인 결과 새내기 캠프에서 신입생들에게 참석을 강요한 정황은 보이지 않지만 여장 남자 대회는 문제의 소지가 발견돼 프로그램에서 뺐고, 뒤풀이 시간에 선후배들이 함께 술을 먹는 시간도 조교나 교수들이 동석해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