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민요 <새타령> 의 첫머리에도 ‘잡새’가 등장한다.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새중에는 봉황새…’ 노래 속에서 ‘잡새’는 ‘봉황새’와 정반대로 취급된다. 이 ‘잡새’는 지난 시절 대학 캠퍼스를 요즘말로 ‘보안손님’처럼 들락거렸던 ‘짭새’의 어원일 것이다. 새타령>
‘잡’을 접두사로 쓰는 말 중에는 ‘잡상인’도 있다. 사전에는 ‘일정한 가게가 없이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팔고 다니는 상인’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적혀 있다. 인도나 지하도에 좌판을 벌이는 노점상, 과일이나 채소를 작은 트럭에 싣고 아파트 단지를 찾아다니는 농부, 생활용품이 담긴 크고 무거운 가방을 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지하철을 누비는 청년, 밤늦은 시각까지 선술집을 순회하면서 떡을 파는 할머니들이 바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잡상인일 것이다.
과연 그들은 ‘자질구레한 물건’이나 팔고 다니는 ‘잡스러운’ 상인들인가. 번거롭게 마트까지 가지 않고도 값싸고 질 좋은 과일을 사먹을 수 있는 서민들에게 그들은 얼마나 요긴한 존재일까 싶어서 하는 말이다. 남 등쳐먹지 않고 정직하게 땀흘려가며 생계를 유지하고, 미래의 꿈을 키워가는 수많은 ‘잡상인’들에게 ‘雜’은 또 얼마나 소중한 ‘job’일까.
‘잡(雜)’은 막돼먹은 사람을 일컫는 데도 쓴다. ‘잡년’과 ‘잡놈’이 그런 예다. 생각해 보니 진짜 ‘잡상인’은 따로 있지 싶다. 최근 몇 달 동안 TV 뉴스의 중심을 차지해서 보는 이들의 속을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만든 ‘그 여자들’과 ‘그 남자들’이야말로 진짜 잡상인일 것이다. 어느 사무실 출입문에서 발견한 ‘잡상인의 출입을 금합니다’를 읽고 조목조목 떠오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