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일 오전 8시40분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전북일보사 버스정류장. 정류장 앞에 모여 있는 여섯 명의 시민들은 저마다 손에 ‘전주시내버스 종합시간표’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서 있었다.
송천동에 가야 한다는 김옥임 씨(72)는 안경을 이마 위로 한 껏 올리고 승강장 플라스틱 벽에 붙어있는 버스 노선표를 보기 위해 코끝이 벽에 닿을 듯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김 씨는 “글씨가 너무 작아 도통 보이질 않아 뭘 타야 할지 모르겠다”며 노선표를 대신 읽어달라고 청했다.
평소 같으면 정류장 한쪽 벽에 설치된 버스정보시스템 LCD 화면에 ‘ㅇㅇㅇ버스 ㅇㅇ분 후 도착’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쓰였겠지만, 이날은 버스가 연달아 도착하고 계속 시민을 실어 나르는 순간에도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2. 같은날 오전 10시20분. 전주대 환승 승강장에서 만난 김모 씨(64)는 “이제 이서에서 전주 오려면 버스를 갈아타야 해서 불편하다”고 말하며 승강장에 붙은 버스 노선표를 쳐다봤다. 김 씨는 “봐도 모르겠다”며 지나치는 버스기사 세 명에게 모두 행선지를 묻고 난 후에야 버스를 타고 떠났다.
전주시에서 발표한, 말 그대로 60년 만의 버스노선 개편 첫 날의 모습이다.
전주시에 따르면 전체 노선의 약 52%가 바뀐 이번 개편은 기존 팔달로 단일 축으로 운행되던 기존 버스노선이 남북 3축, 동서 3축 등 6개 축으로 다양화됐다. 실제 시민들의 이동수요를 분석해 통행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노선 개편이 추진됐다.
이번 노선 개편으로 전북대에서 혁신도시까지 통행시간이 기존 70분에서 20분으로 단축된다는 전주시의 설명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새로 생긴 7-2번 버스를 타고 혁신도시로 향했다.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들리는 버스 기사의 통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니 아니, 그쪽 말고 다른 쪽으로 가야지. 노선표 보면 그렇게 돼 있다니까!”
다른 버스 기사와 통화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대화 속에서는 바뀐 노선에 대한 이야기가 들렸다.
버스기사 A씨는 “지난 토요일에 회사에서 바뀐 버스 노선표를 줬다”며 “여유 있게 줬으면 바뀐 노선과 정류장을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이틀 만에 숙지하라고 하니 헷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버스 안에서도 준비가 미흡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버스에는 전면의 LED 창에서 이번 내릴 정류소와 다음 정류소를 알려주지만, 이 버스에서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연히 안내방송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전주시의 말 처럼 기존보다 시간이 크게 단축된 20분만에 혁신도시에 도착했다. 이날 오전 9시 10분에 전북대를 출발한 버스가 9시 32분에 혁신도시 내 한국전기안전공사 정류장에 도착했다.
이처럼 노선의 편의성은 크게 향상됐지만, 오랜 기간 버스 노선 개편을 위해 준비한 것으로 보기에는 평소보다 많은 불만 사항이 쏟아졌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전주시 콜센터에 접수된 시내버스 관련 민원은 121건으로 평소보다 3배 이상 많은 민원이 들어왔다. 전주시 시민교통과 사무실로 들어온 민원전화까지 더하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주시는 “기존에 노선이 없어 돌아가야 하는 등 시민들이 불편했던 구간은 신규 노선 생성 등으로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날 발생한 버스정보시스템 문제 등은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