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안가고 도서관으로…달라진 졸업식 풍경

경기침체·취업난 여파 학위수여식 참석 저조 / 꽃다발 판매상인 울상 / 졸업앨범 신청도 적어

▲ 22일 각 대학별로 학위수여식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에 열중하는 학생들 사이로 졸업을 축하하는 꽃다발이 놓여져 있다. 박형민 기자

#. “제가 피해의식 갖는 거 아니죠? 취직 안 된 졸업생은 죄인인가요? 졸업식이 있는 오늘은 학교에 안왔어야 하는데 괜히 나온 것 같아요. 이런 날은 피해야 했는데….” 22일 전북대 중앙도서관 인근에서 만난 김모 씨(28)는 우산을 받쳐든 채 연신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한 손에는 졸업장이 들려있었지만, 학사모와 학사복은 없었다. 김 씨는 이날 졸업했지만, 이내 다시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올해 열린 도내 대학 졸업식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계속된 경기침체와 취업난이 대학 졸업식 풍경마저도 변하게 하고 있다.

 

전북대학교 ‘2016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이 열린 22일 오전부터 비가 계속 내렸지만, 대학 정문부터 길게 늘어선 꽃다발을 파는 상인들의 천막과 졸업식이 열리는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으로 들어서는 차량 행렬은 꼬리를 물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학위 수여 대상자는 박사와 석사, 학사를 모두 포함해 3912명이었지만 한 눈에 봐도 졸업식에 참석한 인원은 절반도 채 되지 않아 보였다.

 

그나마 학위수여식이 열리는 회관은 졸업식에 참석한 졸업생과 가족, 친구들로 붐볐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꽃다발을 파는 상인과 간혹 학사복을 입은 학생의 모습이 아니면 졸업식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 대학 졸업식이 열리는 날이면 온 가족이 나와 꽃다발을 나눠주고 캠퍼스 곳곳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등의 모습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소규모의 가족만 참석하거나 아예 졸업식을 찾지 않는 모습으로 변화한 모습이었다. 이날은 비까지 내리면서 졸업식장 분위기를 더욱 한산하게 만들었다.

 

과거에는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대학 졸업식에는 뭘 입고 가야 하나요?’ 등 참석을 염두해 둔 질문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졸업식에 꼭 가야 하나’와 같이 참석 여부를 고민하는 글이 많아졌다.

 

10여 년 동안 대학 졸업식장에서 꽃다발을 팔아왔다는 한 상인은 “오늘 꽃다발 100개를 준비해 왔는데 졸업식이 거의 끝나가는데도 이제 12개 팔았다”며 “비가 오는 것도 한 이유이겠지만 해마다 졸업식에 오는 학생 숫자가 크게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이 상인이 준비한 꽃다발 가격은 1만 원부터 3만 원선. 졸업식이 끝나가면서 다급히 5000원에 떨이를 해도 사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졸업생보다 꽃다발이 더 많겠다”는 한숨 섞인 말도 들렸다.

 

과거에는 필수로 여겨졌던 졸업 앨범과 졸업 기념사진 촬영도 확연히 줄어드는 모양새다. 졸업 앨범을 신청한 학생들에게 앨범을 배부하는 제2학생회관 1층에는 찾아가지 않은 졸업 앨범들이 상자째 쌓여있었다.

 

전북대에 따르면 이번 졸업식에 앞서 졸업 앨범을 신청한 학생은 모두 767명으로 졸업 대상자의 3분의 2 정도가 앨범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단과대학 학과사무실 관계자는 “졸업생들이 졸업장만 받고 그냥 가거나, 아예 졸업장을 안 찾아가는 경우도 많다”며 “친구들이 졸업장을 대신 찾아가는 경우도 꽤 많다”고 설명했다.

 

친구와 함께 졸업식을 찾은 고모 씨(26)는 “아직 취직하지 못해 부모님께는 졸업식 얘기도 못 꺼냈다”며 “서운해하실 수도 있지만 취직한 후에 더 떳떳하게 효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