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자림학교 교사들 '날벼락'

자림원 장애인 성폭행 사건으로 재단설립 취소 / 학생 대부분 전학…교사 11명 중 7명 해고 수순 / 전북교육청 "인사는 재단 권한"

장애인 복지시설인 ‘자림원’에서 장애인 성폭행 사건으로 문제가 돼 설립취소 처분을 받은 전주 자림복지재단.

 

23일 이 재단의 ‘자림학교’ 교사들이 “자림이라는 굴레를 쓴 채 끊나지 않을 겨울방학에 들어설 것 같다”며 입을 열었다.

 

이날 만난 자림학교 교사 4명은 “당시 자림원에서 자행된 성폭행 일당들의 끔찍한 만행은 알 수도 없었고, 오히려 우리 교사들은 수습과정에서 자림학교 학생들을 인근 특수학교로 전학 보내는 역할 등에 앞장섰다”며 “그런데 자림원 사태로 자림학교까지 폐교되는 과정에서 교사 7명이 해고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자림학교 교사가 된 A씨는 “성폭행 사건은 자림원에서 일어나 자림학교는 해당이 없다. 당시 감사가 나와도 학교는 제외됐다”며 “당시 학부모들도 ‘재단의 설립허가가 취소돼도 자림학교는 계속 운영되어야 한다’고 했지만, 문제가 된 재단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학교가 희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24명의 아이들을 다른 특수학교에 전학 보냈으며, 현재 올해 고3이 된 2명만 남아있는 상태”라며 “현직 교사 11명 중 4명을 남기고 7명은 떠나야 하며, 고3 2명이 졸업하는 내년에는 4명도 떠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초 전북도교육청은 자림학교에 대해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도록 하는 학급 감축 조치를 내렸다.

 

지난 2004년 자림학교에 들어온 교사 B씨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B씨는 “자녀들에게 ‘아빠가 다른 직업을 준비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하니까 딸은 담담하게 ‘대학 가서 아르바이트하겠다’, 아들은 ‘왜 잘리냐?’라는 답을 듣고 멈칫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복지법인인 자림학교는 특수사립학교라 인사에 대한 권한이 재단에 있기 때문에 재단만이 신분 보장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전북도교육청의 입장이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우리는 학급과 학생 수에 따라 인건비를 지원할 뿐이며, 교사들의 해임 권한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2의 자림원’사태가 벌어질 경우 재단과 학교가 없어지게 돼 교사들의 신분만 불안정해지는 상황이 초래되므로 되레 사실이 은폐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988년 자림학교에 임용된 교사 C씨는 “만약 자림원 사태로 자림학교 교사가 정리해고되면 어느 특수학교에서 내부고발이 있겠느냐”며 “순환교사 방식이나 공립 특수학교 특채 등의 방식으로 신분 보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자림원 성폭행 사건은 자림원의 전 원장과 전 국장이 지난 2009년부터 수년간 여성 장애인 4명을 성폭행했다가 내부 직원의 고발로 적발돼 징역 13년을 각각 선고받은 사건이다. 이른바 ‘전주판 도가니 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으로 지난 2015년 12월 14일 결국 법인이 설립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