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와 며느리가 같은 대학교 같은 학과에서 4년 동안 함께 공부하고 나란히 학사모를 써 화제다. 지난 24일 열린 우석대학교 2016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윤동현 씨(59)와 윤 씨의 며느리 김재은 씨(33)다.
초등학교 졸업이 정규 학력의 전부였던 윤 씨는 학업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해 쉽지 않은 만학의 길을 택했다. 검정고시로 중학교 과정을 마친 그는 방송통신고등학교와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를 나와 지난 2006년부터 우석대 한약학과의 문을 두드렸다.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부인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한약학과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수차례 입학자격 등을 문의하며 학구열을 불태운 윤 씨는 마침내 지난 2013학년도 수시모집을 통해 한약학과에 입학했다.
윤 씨의 며느리 김재은 씨도 시아버지의 학구열에 자극을 받아 두 번째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대학(건국대)을 졸업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던 김 씨는 ‘함께 한약학을 공부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윤 씨의 권유로 우석대 한약학과에 지원했고 마침 같은 해에 합격한 시아버지와 대학 동기생이 됐다.
충남 강경이 고향으로 서울에서 생활하던 윤 씨는 학업을 위해 아들 부부와 함께 대학이 있는 완주군 삼례읍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윤 씨는 학생회 임원과 학과 졸업준비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대학생활에 열정을 보였다.
윤 씨는 “며느리와 함께 공부하면서 생물과 한문 등 서로 강점이 있는 분야에서 도움을 주고받았다”며 “자식뻘 되는 동기생들과 함께한 대학생활이 나에게 청춘을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학생이자 며느리, 어머니, 아내로서 1인 4역을 맡아야 했지만 시아버지와 함께한 대학생활은 특별했다. 36년 차이 띠동갑인 학생들과 함께 캠퍼스 생활을 해야 했던 윤 씨에게 며느리 김 씨는 선의의 경쟁자이자 최고의 조력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