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

봄은 무엇으로 오는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고로쇠인 듯하다. 우리나라에는 수 많은 종류의 축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매년초에 가장 먼저 열리는 것이 고로쇠 축제다.

 

고로쇠는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고로쇠나무에서 채취하는 수액으로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뜻의 골리수(骨利水)에서 나온 말이다. 새 봄을 맞아 가지끝에 싹을 틔우고 푸르름을 덧입히기 위해 뿌리로부터 깊게 빨아올리는 영양소이다. 겨우내 쉬었다가 처음으로 빨아올리는 수액을 사람들이 나무에게서 얻어먹는 것이다. 과도하게 채취하지만 않는다면 나무에게 피해는 없으며, 산림청에서 매년 고로쇠 채취량을 정해서 허가를 내준다. 도내에서는 남원과 무주, 진안, 완주, 정읍 , 장수, 임실, 순창 등에서 주로 생산되며, 남원 지리산 뱀사골과 무주 구천동, 진안 백운산 등에서는 매년 3월초에 고로쇠 축제가 열린다.

 

‘골리수’는 ‘신비의 생명수’라고도 불린다. 그 유래 중 하나가 통일신라 말기 도선국사와 얽힌 이야기다. 오랫동안 좌선을 한 뒤 무릎이 펴지지 않자 곁에 있던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나려고 했고, 그때 가지가 부러지면서 물이 흘러나오자 이를 받아 마시고 거짓말처럼 일어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지리산에서 신라군과 싸우던 백제 병사들이 지쳐서 샘을 찾던 중 화살이 꽂힌 나무에서 흘러내린 물을 마시고 전쟁에서 이겼다는 전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옹녀와의 오랜 사랑놀음으로 몸이 쇠약해진 변강쇠가 고로쇠 수액을 마시고 건강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변강쇠가 나무를 한답시고 애꿎은 장승을 베어와 신들의 노여움을 사서 결국 생을 마감한 것도 자신을 구해준 고로쇠나무를 차마 베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설은 전설일 뿐이지만, 고로쇠나무 수액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고로쇠나무 수액은 칼슘, 철분, 마그네슘이 주성분으로 골다공증과 관절염에 효능이 뛰어나고 위장병과 신경통, 피부미용, 변비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제 3월이 오면 고로쇠나무 축제와 함께 새 봄이 시작된다. 그러나 구제역과 AI 등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축제를 취소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리고 있다. 가축질병으로 인해 농촌지역 주민들의 소득원인 고로쇠에 피해가 없었으면 한다. 봄 기운을 함빡 머금은 고로쇠의 청량함으로 우리 모두의 봄이 파릇파릇 시작됐으면 좋겠다. 이성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