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 개막전 리뷰] 2만여 관중, 변함없는 축구 사랑 후끈

김진수·김신욱·홍정남 기량 '펄펄' / 허름한 종합경기장에도 구름 인파

▲ 2017 K리그 클래식 전북현대 모터스 홈 개막전 경기가 열린 지난 5일 전주종합경기장에 2만여 관중이 몰려 경기를 즐기고 있다. 박형민 기자

전북현대모터스축구단은 2017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세 가지 걱정이 있었다.

 

첫째, 지난해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의 출전 금지 파문에 따른 팬들의 실망과 이탈.

 

둘째, 팀의 핵심 자원이었던 레오나르도·권순태의 이적과 로페즈의 부상, 한교원의 입대에 따른 전력 공백.

 

셋째, FIFA U-20 월드컵 전주 개최로 인해 당분간 홈경기를 노후화된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치러야 하는 불편.

 

결론부터 말하면 이 같은 전북의 우려는 지난 5일 성공적인 개막전으로 반전을 맞는다.

 

#장면1= 올해 부임한 전북의 백승권 단장은 취임 일성으로 “팬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드리겠다”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거기에 팬들이 부응했다. 전남과의 홈 개막전에 무려 2만935명의 관중이 몰렸다. 관람객 안전을 고려해 입장권 판매를 줄였는데도 구름 관중이 운집한 배경에는 팬들의 축구 사랑이 자리했다. 심판 뒷돈 사건으로 상처와 실망을 받은 팬들은 오히려 열정적인 응원으로 선수와 구단의 어깨를 토닥였다. 경기를 관람하던 전남 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전북 팬들 정말 대단하다. 이 정도는 돼야 축구 할 맛 나는 것 아니냐”고 부러워했다.

 

#장면2= 시즌 개막에 앞서 최강희 감독은 “팬들과 함께 즐거운 축구를 하고 싶다”면서도 “홈에서 절대 지지 않는 팀이 목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일이 꼬였다. 컨디션이 가장 좋았던 이재성이 부상을 당한 것. 목표에 비상이 걸렸지만 이번엔 선수들이 이를 극복했다.

 

독일에서 온 김진수가 선봉에 섰다. 김진수는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데뷔전서 데뷔 골을 신고했다. 최 감독은 경기 후 “김진수가 만점 활약을 했다”고 칭찬했다.

 

마무리는 개막전의 사나이 김신욱이 장식했다. 전북은 후반전 전남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김신욱이 경기 종료 직전 벼락같은 ‘극장 골’을 성공시켰다. 팀의 6연속 개막전 승리이자 개인적으로는 역대 개막전 득점(6골) 1위 등극의 순간이었다.

 

골키퍼 홍정남의 활약도 눈부셨다. 프로 11년차지만 권순태의 그늘에 겨우 26경기 출전이 전부인 그가 드디어 빛을 봤다. 이날 홍정남은 9개의 유효 슈팅을 막아내는 선방 쇼를 펼쳤다. 팬들도 감탄사를 쏟아내며 준수한 외모의 홍정남을 연호했다. 그는 “실점 장면이 가장 아쉽다”면서도 “항상 이 장면을 꿈꿨다. 마침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꼭 잡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홍정남으로서는 사실상 성공적인 데뷔 전이나 다름없었다.

 

#장면3= 전광판은 고장 났고 경기장 주자장과 화장실은 사용불가. 잔디도 부랴부랴 개막전 직전에 새로 깔았다. 축구 전용인 전주월드컵경기장과 비교하면 동네 축구장 수준. 10년 넘게 이전과 철거가 추진된 전주종합경기장의 현주소다.

 

5월 20일 전주에서 개막하는 FIFA U-20 월드컵에 따른 홈구장 변경은 전북으로서는 악재였다. 집중력 떨어지는 환경에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할 지도 미지수였다. 더구나 2002년 4월 이후 15년 만에 열리는 K리그 경기다. 그러나 선수와 팬들은 불만을 나타내지 않고 도리어 경기를 즐겼다. 먼지가 풀풀 나는 그라운드였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팬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결국 이들은 전북축구 역사에 또 다른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오는 5월 27일까지 이 곳에서 6경기를 더 치르는 녹색 전사와 팬들은 이미 인내할 각오가 충분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