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뿐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45명의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주지사 출신이 17명에 이른다. 연방 상하의원이나 정부 각료로 참여한 경력을 함께 갖춘 경우도 많기는 하지만, 미국 정치에서 주지사 출신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받는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한 풀 꺾이기는 했으나 미국에서 주지사 출신들의 대권 도전은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 선거에서도 공화당 경선에 뛰어든 17명의 후보 중 9명, 민주당 경선 후보 6명 중 2명이 주지사 출신이었다.
우리의 경우도 2명의 자치단체장 출신이 대통령을 지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이 관선 서울시장을 역임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선 서울시장 출신이다. 그러나 도지사 출신에게 지금까지 대권은 열리지 않았다. 2002년 대선때 유종근 전북지사와 이인제 전 경기지사가 처음 민선 도지사 출신으로 후보 경선에 나섰고, 2007년 대선에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통합민주당 후보경선에 뛰어들었으나 경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2년 대선 때는 새누리당 경선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참여했으며, 민주당 경선에 손학규 전 지사와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도전했다. 그러나 경선 단계에서 모두 탈락했다.
역대 어느 대선 때보다 올 도지사 출신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국민의당에서는 손학규 전 지사가 경선 흥행을 이끌고 있다. 바른정당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뛰고 있고, 자유한국당에서는 홍준표 경남지사 등이 거명되고 있다. 도백은 아니지만 이재명 성남시장과 최성 고양시장이 민주당 경선에 나선 상태다.
도백의 대권 도전은 이렇게 한국 정치에서도 자연스런 흐름이 됐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제비가 오면 봄도 오기 마련이다. 도백의 잇따른 대선 출마는 당락과 상관없이 지역의 목소리를 키울 기회라는 점으로 의미가 있다. 올 대선에서 지방분권이 큰 화두가 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수확이다.
김원용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