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생산품 구매, 단체장 의지가 문제다

‘전라북도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촉진 조례’ 제5조는 “전라북도지사는 다음해 2월말까지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 촉진을 위한 당해 연도의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시책을 수립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초 자치단체도 이런 조례를 두고 있다. 이들의 장애인생산품 의무구매비율은 1%다. 문제는 이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북도가 6일 공개한 ‘2016년 중증장애인 생산품 실적’ 자료에서 드러난 공공기관 장애인 생산품 구매 실적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완주군만 의무비율을 넘긴 1.17% 실적을 보였을 뿐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1%를 크게 밑돌았다. 일선 기초단체의 장애인 생산품 구매를 독려하고,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전북도의 구매비율은 0.20%에 불과했고, 고창군은 0.11%로 가장 낮았다. 순창·무주가 각각 0.29%, 장수 0.30%, 김제·남원·임실 0.38%, 부안 0.40%, 군산 0.41%, 진안 0.49%, 전주 0.78%, 정읍 0.83%, 익산 0.96% 등의 구매 비율을 보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의무감이 부족한 전북도와 달리 전북도 산하 12개 기관은 모두 우선구매비율을 초과했고, 이들의 평균 구매비율이 무려 7.23%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상급기관의 평가를 의식, 장애인생산품 구매에 적극적이었다는 분석은 슬픈 현실이다.

 

중증장애인들이 공공기관에 판매할 수 있는 물품은 다양하지 않다. 복사용지, 필기구 등 문구류가 많고 명절 때에는 농산물 선물세트를 판매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공공기관 담당자 등은 물품이 제한적이고, 일반 민간업자들의 불평도 눈치 보는 등 애로가 있다고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품질에 하자가 없고, 가격이 적정하다면 의무구매비율을 밑돌 이유는 없다. 단지 단체장과 구매 담당자들의 관심과 의지의 문제일 뿐이다.

 

경제능력이 떨어지는 중증 장애인들을 돕겠다며 공공기관들이 조례까지 만들어 놓고선 정작 이런 저런 핑계를 내세워 시늉만 하는 것은 대단한 위선이다. 공공선은 커녕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고 생색만 내는 꼴 아닌가. 최근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무구매비율을 달성하지 못한 공공기관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이 시정요구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