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의 축제, 일년의 준비 ② 전주세계소리축제] "활발한 소통·오랜 노하우가 무기"

축제 끝나면 서류 정리로 바빠…12월부터 내년 축제 준비 시작

▲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 열리는 음악 마켓인 ‘프랑스 바벨메드 뮤직’내 소리축제 홍보 부스.

매년 9월이나 10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끝나면 곧 바로 소리축제 사무국만의 ‘서류축제’가 시작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만큼 예산 및 사업 결과 자료 등 행정 서류를 꼼꼼하게 작성 하고 도의회 감사를 받는다.행정 절차가 끝나면 축제에 대한 전문가 외부 평가와 사무국 내 자체 평가가 이뤄진다. 시끌벅적한 축제 현장이 언제였냐는 듯 프린트 인쇄 소리와 컴퓨터 자판 치는 소리만 사무실 적막을 깨운다.

 

12월부터는 내년 축제 준비를 시작한다. 그 해 축제가 끝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기. 하지만 콘셉트를 정해 1300여명에 달하는 국내·외 음악인 섭외하고 무대를 구상하기에는 남은 8개월도 빠듯하다.

 

소리축제 사무국은 크게 공연을 기획하고 초청 음악인을 섭외하는 ‘프로그램팀’과 무대 장식, 조명, 음향 등 공연 시스템을 관리하는 ‘무대운영팀’, 자원봉사부터 기념품, 부대 행사, 안전 관리 등을 하는 ‘행사운영팀’, 온·오프라인 홍보와 대외적인 이미지 관리 등을 맡는 ‘홍보기획팀’ 등으로 구성된다. 2월까지 다함께 축제 설계가 끝나면 3월부터 본격적인 팀별 업무에 들어간다. 팀별로 작은 업무까지도 공유 하는 것이 특징이다.

 

“축제는 소통이에요. 아무리 각자 할 일을 잘 해도 팀별로 공유가 안 되면 의도한 대로 보여줄 수가 없어요. 축제를 꾸리면서 팀 별로 유기적인 연계가 잘 되는 점이 소리축제의 저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인도네시아 민족음악축제에서 전라북도 단체 ‘이창선 대금 스타일’이 공연을 하고 있다.

김회경 홍보기획팀장의 말에 한지영 프로그램팀장이 덧붙였다. “하나의 업무를 시작할 때 프로그램 면만 보고 다른 부서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모든 팀이 다각적으로 살펴요. 예를 들어 터키의 어느 밴드를 섭외하고 싶다면 홍보팀은 어떤 부분을 부각시켜야 매력적일지, 무대 운영팀은 어떤 공연장에 세우고, 어떤 악기를 들여올지 등을 고려해 모든 면에서 최적화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축제 준비에 있어서도 효율적이죠.”

 

최근에는 관객들의 관람 수준이 높아지면서 무대 장식, 음향 등 공연 완성도에 대한 요구가 높다. 박용선 무대운영팀장은 “공연 내용이 정해지면 이에 맞는 무대 형태와 객석, 동선은 물론 주변 환경과의 조화, 무대 재질이나 악기 모델까지도 고려해 무대를 구현한다”고 말했다.

 

올해 9월 20일부터 24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치를 제16회 전주세계소리축제 역시 음악에 맞는 다양한 공간 개발을 통해 소리의 맛과 색을 살리는데 집중한다. 판소리를 비롯해 세계 전통음악들의 감상 몰입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월드뮤직 전용관’을 텐트형으로 세울 계획이다. 거리극 형태로 공연을 펼쳐 축제 분위기도 살린다. 또한 개막공연에서는 판소리를 전통 공연보다는 다양한 형식, 음악 등과 연계해 다채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는 안정적인 프로그램과 운영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 소리축제지만 2010년만 해도 존폐 기로에 서 있을 만큼 위기였다. 집행부가 빈번하게 바뀌며 운영이 미숙했고 정체성이나 프로그램 등에서도 공감을 얻지 못했다.

▲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이덕우 행사운영팀장, 김회경 홍보기획팀장, 한지영 프로그램팀장, 박용선 무대운영팀장.(왼쪽부터)

2002년부터 근무해 사무국 내 최고참인 이덕우 행사운영팀장은 “소리축제 초창기 때와 비교할 때 분명히 업무 진행이 다르다”면서 “2009년 말에 있었던 대대적인 인력 교체를 기점으로 소통을 최우선으로 했고 해를 거듭할 수록 노하우가 더해지면서 축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리축제 사무국은 안정화에 안주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변화도 꾀하고 있다. 지역과 국악 대표 축제를 뛰어넘어 세계 음악의 흐름 안에서 입지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파두(포르투갈의 도시 음악)처럼 산조나 시나위도 세계적 음악 장르로 인식되게 하는 것. 더욱 장기적으로는 현재 해외 축제 및 기관과 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내·외 음악 시장을 형성하는 ‘월드 뮤직 마켓’을 여는 것도 비전 중 하나다.

 

이를 위해서는 도내 국악인들의 경쟁력 향상도 요구된다. 소리축제가 주선과 교류 판을 만들어 주는 매개체가 되는 만큼 국악인들도 파트너십을 갖고 같이 노력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팀장들은 “요식행위로 비쳐지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축제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만큼 긴 호흡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