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측이 현장실습생에게 노골적으로 실적을 요구했는지 여부는 어찌 보면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실습생이라면 누구나 잘해보려는 의욕과 함께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회사 측이 굳이 명시적으로 실적을 요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경쟁을 한다. 회사측이 부당한 대우를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습생이 과중한 부담감을 느꼈는지가 중요하다. 실제로 지난해 현장실습에 나선 30여명 중 현재 남아 있는 사람은 10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전북도교육청 주관으로 전주덕진위(Wee)센터 소속 심리상담사가 남아 있는 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담에서도 많은 실습생들이 △업무와 팀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감 △고객을 상대하면서 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일이 익숙치 않아 스트레스 △불암감 등을 호소했다고 한다.
물론 회사만의 잘못은 아니다. 아직 사회를 잘 모르는 어린 학생들을 충분한 준비 과정도 없이 열악한 노동현장에 마구잡이식으로 내보내는 현장실습 제도에 더 큰 문제가 있다. 특성화고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서둘러서 돈벌이에 나서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이들 중 상당수는 우선 당장의 경제적 필요에 의해 자신의 전공이나 적성과는 상관없는 곳을 찾기도 한다. 제대로 성숙하지 않은 어린 학생이 낯선 환경에서 생소한 일을 하다보면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더욱이 이번에 사고가 난 고객센터는 심리적 압박감이 가장 높은 감정노동을 하는 곳이다. 희생자는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이동통신 고객센터 해지방어 부서에서 근무해왔다.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고객들의 갑질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는 감정노동자들은 대부분 심한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나이가 들고 성숙한다고 해서 중압감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이를 회사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방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주시의회가 감정노동자 보호조례를 만들기로 한 것은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는 자치단체의 차원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야 하는 일이다. 정부는 감정노동자에 대한 정기 건강검진을 강화하고 스트레스의 예방과 치유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