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들고 설치는 철없는 늙은이들 못참겠다"

전 언론인 오홍근씨 〈대통령 복도 지지리 없는 나라〉 출간

“적지 않은 나이이기도 하고, 위암 수술까지 받은 몸이라 웬만하면 참으려 했다. 그러나 세상 돌아가는 꼴이 하도 가관이라 끝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는 것일 뿐이어서 그저 오홍근의 세상 이야기, 즉 ‘世說’이라고 붙였다. 한 가지, 내 인내심이 바닥나게 된 데는 태극기 들고 설쳐대는 철없는 늙은이들이 기여한 바 꽤 크다는 것을 밝혀둔다.”

 

김제 출생으로 중앙경제 사회부장으로 재직하다 칼부림 테러를 당한 오홍근 전 기자가 <대통령 복도 지지리 없는 나라> (산해)라는 다섯 번 째 칼럼집을 펴낸 이유다.

 

참을 수 없어서 늘그막에 용기를 내보았다는 저자가 우리 사회와 정치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은 ‘세설(世說)’집. 숨이 콱콱 막히는 순간들을 정리한 책이다.

 

“헌법에는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으로 되어 있으나, 정작 국민은 이 나라 도처에서 개돼지 취급을 당하고 있다. 대통령으로부터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고 거들떠보지 않아도 되는 개돼지 취급을 당했다.” ( ‘국민은 주인인가 개돼지인가’ 중에서)

 

저자는 참을 수 없는 목소리로 악을 쓰며 이 사회를 고발한다.

 

“분서갱유의 다른 이름은 민주주의 짓뭉개기다. 이른바 좌파 성향의 언론사와 문화계 인사 등 정권에 불손하고 비판적인 1만여 명을 골라, 블랙리스트 딱지를 붙여 따로 관리하며 불이익을 주는 천벌 받을 짓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박근혜는 ‘모두 나는 모르는 일’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 5000만 백성들이 너무나 안 됐다. 불쌍하다. 그래서 대통령은 잘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국판 분서갱유’ 중에서)

 

“대통령 말이면 안 되는 일이 없는 이 나라에서 대통령이 올바른 판단력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해야 하는가. 결국, 우리는 지금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 상처를 치유하는 데 오랜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라며 저자는 이제 유권자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고 일갈한다.

 

저자는 전주고와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8년 TBC 보도국 기자로 입사한 후 중앙일보로 옮겨, 사회부장, 논설위원, 판매본부장 등 30여 년 동안 언론인으로 재직했다. 1988년에 괴한들로부터 허벅지가 길이 34㎝, 깊이 3∼4㎝가량 찢기는 ‘회칼 테러’를 당했다. 수사 결과 월간중앙에 기고한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라는 저자의 칼럼에 불만을 품은 정보사 현역 군인들이 저지른 범죄로 밝혀졌다. 언론사 퇴직 후 국민의정부 초대 국정홍보처장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공직을 떠난 후에는 원광대 등에서 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