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바람에 흔들리면 꺼질 촛불”이라고 했지만,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촛불의 힘이 이처럼 강력할 것을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평화집회로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은 구속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의해 파면됐다. 전북지역은 4개월 동안 전주 9만여 명, 도내에서는 15만여 명이 참가해 촛불을 밝힌 것으로 집계됐다. 대통령 파면뿐 아니라 도민을 하나로 만든 전북의 촛불을 주요 변곡점 위주로 살펴봤다.
△“첫 도민 총궐기에 모인 시민을 보고 힘을 얻었다”
전북비상시국회의 대표 중 한 명인 민주노총 전북본부 윤종광 본부장의 말이다.
지난해 10월 27일 7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연합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전북지역 비상시국회의’를 결성해 시국선언에 나선 이후 11월 5일 전주시청 앞 문화광장로에서 전북비상시국회의가 주최한 제1회 전북도민 총궐기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3500여 명의 도민이 참가해 촛불을 밝혔다. 이 자리에 모인 시민들의 힘으로 17차까지 이어진 도민 총궐기가 힘을 얻을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 담화에 분노한 시민들 2만5000명 운집
지난해 11월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를 보고 진정성 없는 사과에 분노한 민심은 더 많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12월 3일 열린 제4차 전북도민 총궐기에는 전북 집회 사상 최다로 기록된 2만5000여 명의 도민이 참가해 자리를 메웠다.
이날 전북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232만 명이 모여 단일 집회로는 역대 최다 인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촛불의 힘으로 탄핵안이 가결되는 성과를 올렸다.
△국회 탄핵안 234표로 가결…촛불집회 인원 감소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발의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234표로 가결됐다. 1차 목표를 달성했다는 생각 때문인지 탄핵안 가결 이후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도민들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탄핵 가결 직후 열린 제5차 도민 총궐기에는 7000명, 이후 4000명, 2000명으로 감소했다. 이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소폭 증가하는 때도 있었지만 “촛불이 줄어들고 있다”는 불안감이 감돌았다.
△“대통령 파면 이끌어낸 촛불”
1000명, 300명, 700명….
촛불의 수는 줄었지만, 도민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촛불 집회 참석 인원은 1000여 명 정도로 굳어졌지만, 촛불은 꺼지지 않고 끝까지 이어졌다.
탄핵 심판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린 주말 집회인 지난 3월 4일 제16차 도민 총궐기에는 참석자들이 ‘부디 마지막 촛불이길’ 바라며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을 기원했다.
이러한 염원은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을 이끌어냈다.
마지막 촛불을 염원했던 도민들의 바람대로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탄핵 결정이 내려졌고 오후에 열린 ‘축제’에 참석한 800여 명의 도민들은 불꽃놀이를 하며 촛불의 대미를 장식했다.
- 전북의 촛불 4번의 변곡점
◇첫 도민 총궐기 3500여 명 ◇담화 분노 민심 2만 5000여 명 ◇탄핵안 가결 7000여 명 ◇파면 축제 불꽃 800여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