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을 태우고 있는 날
밥숟갈 뉘고
누룽지 숭늉 네다섯 모금 드신
어머니
어미는 어디 갔냐?
“예 밭에 갔습니다.”
점심은 먹었냐?
“에, 먹었습니다.”
미수의 어머니
방에서 굶는지 모르고
어미는 아비 점심상만 차렸다
△이런 황당함이 있나? 감기몸살로 하루 종일 방에서 누워 계시는 어머니를 깜빡 잊었다.
며느리는 지아비 점심상만 차려주고는 다시 밭에 나갔다. TV에 골몰하며 내 밥만 먹던 아들에게 건넌방 어머니 말씀 건네신다. ‘어미 어디 갔니?’(나도 배고프다), ‘점심은 먹었니?’(나도 점심밥 줘라) 어머니의 대화법을 모르는 작가는 막둥이처럼 또박또박 대답한다. 신이 내게 물었을 때 나도 그러했으리라. 김제김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