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자연은 매우 평화롭다. 하지만 작은 수풀에서조차 생명을 건 숨가쁜 전쟁이 치열하다. 뱀은 개구리 등을 사낭하지만 매나 너구리의 사냥감일 뿐이다. 이런 생태계에서 정의란 없다. 그저 먹는 자와 먹히는 자가 있을 뿐이다. 오직 생존 본능이 작용할 뿐이다.
최근 전주에서 핫 이슈 중 하나가 된 아파트 고분양가 논란도 그런 생태계의 먹이사슬 체계에서 접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고분양가 논란의 핵심은 우미건설이 지난 20일 ‘전주 효천지구 우미린’ 아파트 단지를 분양하기 위한 입주자 모집 공고 승인 신청서를 전주시에 접수했는데, 분양가가 3.3㎡당 917만 원으로 책정돼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다. 이에 전주시는 896만원으로 낮출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그나마 건설사는 요지부동이다.
이 문제는 택지개발사의 토지 매각, 아파트 업자의 분양, 소비자의 매수 과정에서 누가 이익을 더 챙겨야 하느냐가 본질이다.
효천지구를 개발한 LH공사는 주민 등 부동산 소유자들로부터 싸게 토지를 매입했고, 공동주택용지를 공급할 때는 최고가낙찰방식을 써 큰 이익을 남겼다. 공동택지를 매입한 우미건설은 입찰에서 원래 공급예정가인 3.3㎡당 377만원보다 훨씬 비싼 551만원을 써내 택지를 낙찰받았다. 그 무리한 매입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우미건설은 국토부 건축비가 상승했다는 이유를 대며 917만 원이라는 최고가를 제시하고 있다. 건설사는 속으로 주판알을 굴린다. 어차피 건설사가 한 발 물러서 분양가를 800만 원으로 낮추면 순수 소비자 뿐만 아니라 투기꾼들까지 그 이익을 차지한다. 아파트 가격은 분양과 동시에 주변시세에 맞춰 900만 원대로 뛸 것이 뻔하다. 손해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미 상위 포식자에 해당하는 공공기관 LH공사는 큰 이익을 남기고 빠졌다. 이제 중간 포식자인 건설사가 남겨진 고기를 좀 먹자는 데 주변에서 아우성이다. 계속 이런 먹이사슬 구조가 이어졌고, 이번에도 결국 순수 소비자는 봉이 될 공산이 크다. 정치와 행정이 잘해야 약자도 산다. 그래야 뱀·독수리 관계와 다른 인간 먹이사슬 구조가 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