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가슴으로, 마음으로 낳은 아이들이고 자식처럼 키웠습니다. 절대로 그냥 땅에 묻을 수 없습니다. 제발... 아이들을 살려 주십시오.”
익산에서 처음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은 참사랑동물농장 임희춘씨는 예방적 살처분 명령을 취소하라는 재판을 앞두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보름 남짓 익산시의 살처분 명령에 맞서고 있는 그는 매우 지쳐보였다. 살처분을 하지 않으면 친환경 인증을 취소하겠다는 공무원들의 으름장과 이미 살처분을 마친 농장들의 압박 탓일 것이다. 부부는 이야기 내내 닭을 닭이라 부르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 이라 불렀다. 부모의 마음이었다. 수천만 원의 벌금이나 징역형도 감수하고라도 아이들을 지키겠다. 만에 하나 조류독감에 걸리면 살처분해도 보상금을 받지 않겠다고 결기를 다졌다.
부부는 전라북도에 예방적 살처분 명령 취소 행정심판도 내고 법원에 행정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전라북도는 즉각 기각을 했고 익산시는 경찰에 고소를 했다. 하지만 전주지방법원은 23일 이례적으로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에 대한 심문절차를 진행했다. 억울하다는 농장주의 주장과 예방적살 처분의 문제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 여겨진다. 이 같은 저항은 전국적으로 유례가 없다. 지난 13년 동안 7700여만 마리가 살처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살처분 취소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법으로 정한 조치인데다, 농장주가 보상, 허가나 지원, 인증 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에 맞선다는 것은 축산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참사랑농장 예방적 살처분 명령을 받게 된 것은 2km 이상 떨어진 2곳의 하림 종계 농장에서 연속해서 조류독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발생 농가로부터 반경 500m, 3km 내의 가금류를 확산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 해왔다. 이로 인해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은 주변 15개 농장도 날벼락을 맞았고 기르던 닭 85만 마리가 살처분 당했다. 이중 조류독감이 발생한 농장 닭은 11만 마리다. 나머지 74만 마리는 영문도 모르고 죽어갔다. 전라북도를 보면 122농가 348만 마리가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이름으로 떼죽음 당했다. 이처럼 마구잡이로 실시되는 예방적 살처분은 건강하고 멀쩡한 동물들을 죽이는 대량 동물학대 일뿐이다. 방역의 실효성도 낮고 심지어 바이러스 확산 우려마저 있다. 생명경시 풍조만 조장할 뿐이다. 정부는 왜 이렇게 살처분에만 집착하는 것일까? 항간에선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과도한 살처분으로 덮으려는 것이거나, 축산 대기업의 수급 조절용이라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오늘은 부부가 학수고대 기다려온 날이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잠복기인 21일이 지난날이기 때문이다. 잠복기에도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았는데 잠복기가 지난 이후에 발생 농장으로부터 조류독감이 옮겨질 가능성은 없다. 설령 법원이 법리적 절차에는 하자가 없다며 집행정지를 기각한다고 해도 익산시가 살처분을 밀어붙일 명분이 없다.
살처분 방역은 실패한 대책이다. 가장 실효성 있는 방역은 차단 방역이다. 사람과 사료 차량 등 인위적인 요인과 계열사 농장간 수평 전파를 막는 것이다. 이동 제한, 금지를 적절하게 내리고 감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살처분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된 농장만 하거나 인근의 지형 지리적 특성, 접촉면이 있는 곳을 선별해서 하면 된다. 상시화 된 토착질병이 된 조류독감과 동물학살을 멈출 대안은 동물복지농장이 대안이다. 모든 생명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