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하다.
華山에 올라
산마루 능선을 따라 걷는다.
산길 양 옆으로
촘촘히 자란
개나리 마른 가지를 보며
혹시나
서둘러 핀
꽃은 없는지
여기저기 살핀다.
억새를 쓰다듬는
한 무더기 바람이
개나리꽃일랑
봄에나 찾으라고
넌지시
내게 속삭이고는
삼천천을 향해 내려간다.
나도 얼빠졌지.
아직 한겨울에
개나리꽃 피었더라면
남은 추위에
저 어찌 떨며 지내라고…
- 마른 가지에서 꽃을 찾는 게 시인이다. 겨울 한 가운데서 봄을 준비하는 게 시인이다. 남들 눈에는 얼빠진 사람처럼 보여도 끝까지 진실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진짜 시인이다. 이 시를 읽기 직전까지, 참 공교롭게도 ‘4·16 단원고 약전’을 읽고 있었다. 내 의지 밖에서 줄줄 흐르는 눈물도 부끄러운 시간이었다. ‘세월호의 진실규명’에서 눈을 거두지 않은 사람들을 존경한다. 마른 가지에서 꽃이 피어나듯 삭아가는 세월호에서 진실이 피어나리라. 김제김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