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밝게 그리고 즐겁게 생활하며 살아가는 어느 호텔의 지배인이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소개하며 평소 생각하고 있던 바를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그는 여러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어서 별의별 상황을 많이 겪었지만 유독 머릿속에 기억되는 일이 있다.
어떤 손님이 투숙한 지 한 시간쯤 지난 후 프론트에 전화가 걸려왔다.
“한지와 풀, 그리고 가위를 가져다주시오.”
갑자기 어리둥절해진 직원은 지배인에게 손님의 말을 전했고, 지배인은 직접 그 객실로 올라갔다.
“손님, 어디 불편한 점이 있으십니까?”
“아니요. 꼭 필요한 데가 있어서 그러니 조금 전에 부탁드린 물건을 가져다주시오.”
지배인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요구한 물품을 가져다 드렸다. ‘참 이상한 손님도 있군’하고 생각했다. 이튿날 그 객실을 들어가 방안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구멍 난 한지문이 곱게 발라져 있었다. 지배인은 그 즉시 호텔의 전 객실을 조사해 보았다. 찢어진 곳이 많았다. 지배인은 관심 있게 살펴보지 못한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불평하지 않고 소리 없이 문을 바르고 가신 투숙객이 한없이 고맙게 생각되며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생각할 때마다 머리가 숙어지곤 한다. 우리 주위를 관심 있게 살펴보면 얼마나 많은 구멍이 있는가? 겉은 멀쩡하지만,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 가정의 화목을 파괴하는 부정과 불성실, 직장에 대한 불평불만, 학생들의 현실도피적인 행동, 사회의 이기적인 몰인정, 몰이해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리 주변들이 이토록 허술하고 나약해져 가는 이 현실을 적시 진단하여 치유될 수 있도록 모두 작은 힘을 모아 상처들을 싸매 주어야 할 때인 것 같다.
학교는 사랑의 실천 장이 되어야 한다. 사람을 가르치는 학교의 현장에 도덕성 회복을 위한 교육은 지속되어 왔지만,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된 최근의 현상은 인간적 윤리의식의 결핍증세가 곳곳에서 나타나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학생의 가정들은 편부, 편모가 늘어나고 이혼 등으로 인한 부조화, 심지어 가정 폭력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요사이 어느 교장의 죽음은 학교가 얼마나 반목과 갈등 속에 시달리고 있는가를 대변해 주고 있다. 사회 역시 이기주의가 팽배하여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느끼게 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행복의 비타민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이 모든 사회적 병리현상은 사랑과 관심의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비타민 결핍에서 오는 가정, 학교, 사회의 제 현상들을 사랑이란 단어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우리 교사들은 진실한 사랑으로 꿈나무의 미래를 밝게 열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학교는 사랑의 실천 도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LOVE이다. LOVE라는 단어에 포함되어 있는 네 가지 의미를 살펴보자.
첫 번 째 글자 ‘L’은 ‘Listen’ 즉 들어주는 것이다. 상대방 말에 관심을 가지고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다.
두 번 째 글자 ‘O’는 ‘Open’으로 여는 것이다. 내 마음을 열어서 상대방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이다. 아울러 내 약점도 솔직하게 내어 보임으로써 상대방도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세 번 째 글자 ‘V’는 ‘Value’로 가치를 의미한다. 상대방을 소중히 여기며 그를 필요한 사람으로 인정해 주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네 번 째 글자 ‘E’는 ‘Express’, 곧 표현하는 것이다. 사랑은 느낌으로만 끝나선 안 된다. 말과 혀로만 해서도 안 된다. 행함과 진실함으로 표현해야 함을 의미한다.
당신은 지금 참된 의미의 사랑(LOVE)을 실천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정오 수필가는 전북도교육청 장학관과 전주 전일중학교 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