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이 학교 신설을 요구하면, 신설의 불가피성보다는 ‘교육청이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교육부가 추진하는 역점 시책사업과의 연계성이 있는 학교 신설 요구인가’ 등을 심사 기준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전주 에코시티의 경우, 이러한 심사기준에 막혀 두 차례나 중학교 설립안 승인 요구가 2016년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에서 탈락되기까지 했다.
전주 송천동 에코시티에는 내년에 800여명의 초등학생과 400여명의 중학생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등학교는 신축 중인 가칭 솔내초등학교에서 당분간 수용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중학교는 신축 계획이 없어 인근 송천동 지역 중학교가 이들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과밀학급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법조타운이 들어서는 만성지구 또한 마찬가지여서 학교 부재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
학교는 단지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적 공간만은 아니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 가보면 경제적 논리로만 설명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역민들은 작은 학교에 모여서 지역의 일들을 논의하고, 학교 도서관에 모여 밤늦게까지 책을 읽기도 한다. 자녀들이 공부하는 교실에 모여 마을 일을 상의하고, 각종 문화행사를 갖기도 하며, 명절 때는 모처럼 고향을 찾은 귀성인들이 모여 운동장에서 체육대회나 잔치를 벌이기도 하는 곳이 학교다.
교육부의 논리대로라면 이러한 지역주민의 행복을 키우는 보금자리인 작은 학교 몇개를 폐교시키고, 그 대신 도심에 대규모 학교 하나를 설립하도록 승인하겠다는 것이다. 학교 설립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아껴보자는 궁여지책이라고 강변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여러 개의 작은 학교의 소중한 행복을 빼앗아서 도심에 학교 하나를 세우겠다는 것으로 결국 도시와 농촌 간 갈등만 부추기는 발상이며 지극히 산술적이고 학교의 사회적 기능을 외면한 처사다. 농어촌 아이들이나 도심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이들이나 그들의 학습권은 똑같이 법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도심 아이들을 위해서 농어촌 아이들은 등하교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면서 먼 길을 다녀도 된다는 발상은 다수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지극히 편협한 생각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학교 설립 문제는 경제논리보다 공공의 복지라는 차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어느 한 곳의 복지를 빼앗아 다른 곳에 주는 정책은 진정성 있는 복지정책이라 할 수 없다. 학교 설립의 필요성이 간절하게 요구되는 지역에 대해, ‘학교 총량제’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교육부의 학교 안지어주기 행정은 지역민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고 오직 산술적 계산만 하고 있는 탁상행정에 다름 아니다. 어느 마을도 주민의 수가 적어졌다고 해서 주민들의 쉼터인 정자나무를 베어 없애버리거나 뽑아서 다른 곳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학교 신축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전주 신도심 주민들에게 이제 교육부에서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