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매치’로 관심을 모았던 지난 2일 전북현대와 FC서울의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전주 경기는 전북의 1-0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전북은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0-1로 패해 우승컵을 내준 서울을 상대로 4개월만의 설욕에 성공한다.
승부는 김진수의 절묘한 프리킥으로 결정 났지만 경기 전의 전북의 상황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야 된다’는 표현이 제격이었다.
실제 전북은 공격수 로페즈에 이어 미드필더 양축인 이재성과 이승기에다 수비수 이재성은 물론 마졸라와 이동국까지 부상으로 출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여기에다 중국전과 시리아전에 대비한 월드컵 예선 국가대표로 김신욱, 김보경, 김진수, 이용, 최철순이 차출된 뒤 전북은 서울 전을 앞두고 실질적으로 팀 훈련에 참여한 선수가 16명에 불과했다.
물론 국가대표들이 다시 돌아왔지만 슈틸리케호의 졸전에 따른 선수들의 사기저하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반면 전북의 팬들은 서울과의 홈경기를 작년 우승 실패의 ‘복수혈전’으로 규정하고 1만9000명이 넘게 전주종합경기장을 찾아 승리를 기원했다.
이날 경기에서 프리킥의 달인으로 떠오른 김진수의 결승 선제골이 팬들을 기쁘게 했지만 최강희 감독은 경기 후 장윤호와 김민재, 홍정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이 팀내 주전들의 부상과 대표 차출, 해외 이적에 따른 공백을 기대 이상으로 메워줬기 때문이다.
특히 전주영생고를 졸업하자마자 입단한 3년차 장윤호는 전·후반 내내 쉬지 않고 산소탱크처럼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니며 서울의 공격수인 박주영과 데얀, 주세종을 괴롭혔다. 결국 주전의 공백으로 천금같은 출전 기회를 잡은 장윤호의 적극적인 플레이는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최강희 감독은 “장윤호가 여러 혜택을 못 받고 있다. 훈련 때 성실하지만 경기를 많이 못 뛰었다”며 “오늘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해줬다. 오늘처럼 해주면 팀에 큰 힘이 된다. 경기에 계속 나갈 수 있다”고 극찬했다.
또 올해 데뷔한 새내기 김민재와 9년차 임종은을 묶은 방패 조합도 서울의 공격을 적극적인 압박으로 무력화시켰다.
시즌에 앞서 김민재를 극찬했던 최 감독은 이날도 “전체적으로 4경기를 했지만 신인치고는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팀으로서는 굉장히 중요한 선수로 활약을 해줄 것이다”고 기대를 이어갔다.
아울러 서울전 승리와 관련 최 감독은 일본으로 간 골키퍼 권순태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우며 무실점으로 선방한 홍정남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5월에 부상자가 돌아오고 지금처럼 분위기가 깨지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봉동이장의 장담 배경에는 ‘이’에 못지않은 맹활약을 펼치는 ‘잇몸’들에 대한 무한기대와 신뢰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