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주열 열사의 중학교 시절 친필이 실려 있는 메모 책이 발견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남원문화원에 따르면 임실군 오수면에서 근대사 자료를 수집하며 추억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박재호씨가 과거 수집해온 자료를 정리하던 중 1959년 김주열 열사가 금지중학교를 졸업하던 해 친구에게 남긴 졸업 축하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책을 발견, 남원문화원에 알려왔다.
이번에 발견된 자료는 표지를 포함해 16절 크기의 낱장 67매를 실로 묶어 책 형태로 매었으며 표지에 ‘Memory’ 표제와 ‘금지중학교졸업, 단기 4292년 3월 2일 졸업’이라고 쓰여 있다.
이 책 16번째 장에 실려 있는 김주열 열사가 쓴 내용은 주소, 성명, 생년월일, 별명, 희망 등 공통사항이 적혀 있고, “졸업을 축하 한다. 사막을 걸어가던 사람이 오아시스를 만날 때를 생각하여 지금 헤어졌을 지라도 장래 또 한 번 만나보새”, “군의 성공을 바라며”라는 내용의 글이 적혀있다.
특히 희망란에 ‘은행 사장’이라고 적혀 있어 김주열 열사가 마산상고에 진학하게 된 동기를 엿볼 수 있다.
그동안 김주열 열사의 장래 꿈이 교사인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이번 친필 축하 글에서는 은행 사장임이 새롭게 드러났다.
현재 김주열 열사 기념관에는 당시 교과서와 몇몇 유품이 전시돼 있으나 친필로 장래의 희망 등을 적은 것은 처음 공개된 것이다.
김주열 열사는 옹정국민학교와 금지중학교를 졸업한 뒤 1960년 마산상업고등하교에 입학했으나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가, 경찰과 투석전을 벌이며 강경진압 과정에서 실종됐다. 이후 실종 27일 만인 4월 11일 최루탄이 얼굴에 박힌 채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마산 중앙부두 앞바다에서 떠오르면서 제2차 마산봉기가 일어났고 이로 인해 4·19의거를 불러일으킨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한편 이 책은 당시 금지중학교 졸업생이었던 박병금 학생(주생면 제천리)이 졸업을 앞두고 350환으로 50장의 종이를 구입해 39장의 그림을 그려 등사한 뒤 친구와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졸업 축하의 메시지 66매를 받아 엮은 책이라는 내용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