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내세웠던 화두는 ‘변화와 희망’이었다. 2008년 1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첫 경선지 아이오와주의 코커스에서 승리를 거두며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한 오바마는 결국 힐러리 클린턴과의 경합 끝에 2008년 8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에서도 ‘Change(변화)’와 ‘Yes, We can(우리는 할 수 있다)’을 외치며 새로운 바람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끌어들인 그는 마침내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를 압도적인 승리로 꺾고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었다.
신선하고 진정성과 열정이 넘쳤던 그의 도전으로 미국의 대선은 전 세계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끌어냈다. 숱한 화제와 감동을 이끌어냈던 선거의 풍경은 이채로웠다. 그 중 대중적인 관심을 받았던 것이 있다. 오바마의 포스터다. 오바마 얼굴 밑에 ‘HOPE’를 새겨 넣은 이 포스터는 오바마를 당선시킨 주역으로 꼽힐 만큼 대중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사실 이 포스터는 오바마의 공식 포스터가 아니었다. 오바마의 대선 캠페인을 지원하기 위한 ‘풀뿌리 캠페인’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제작자는 미국의 대표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인 셰퍼드 페어리.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다. 대학 재학 시절 제작한 스티커로 티셔츠, 스케이트보드, 벽 포스터 등을 점령(?)하는 ‘OBEY GIANT’ 캠페인을 펼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덕분에 오베이 자이언트(OBEY GIANT)란 별칭을 얻게 됐다.
전쟁과 평화, 정치, 환경 등 우리 삶과 직결된 문제에 대중적 관심을 불러올 수 있는 예술작품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구현해온 그는 “최고의 예술은 예술을 통해 세상을 조금 덜 두렵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세상과 더 밀접한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오바마 포스터를 제작한 의도 역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오바마 포스터는 2009년, 런던디자인 뮤지엄이 선정하는 브릿 인슈어런스 디자인 어워드(Brit Insurance Award)의 ‘올해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디자인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상기시키는 작품”이라는 평이 더해졌다. 포스터 원본인 오바마의 초상화는 스미소니언 국립 초상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바로 앞에 와있다. 대통령 후보들의 포스터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