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 - 장지홍

엉망진창 눈감 땡감으로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어.

 

춘삼월 긴긴 해,

 

배고파 우는 어린것들,

 

풀죽 쑤어 먹여 살리던

 

어머니 휘파람 같은

 

한숨 꽃이 피었네요,

 

자줏빛 찡한 모성애,

 

전답 팔아 집 나간 큰자식

 

소식 없어 야속해도

 

마디마디 울음 생키며

 

겉으로 웃는 꽃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우리들 엄니의 꽃

 

동진강가 거산 들녘에

 

암팡지게 널브러져 피네.

 

- 자운영은 어머니의 한숨이 녹아든 꽃이다. 풀죽으로 하루를 사는 어머니의 배고픔을 알고 있는 꽃이다. 울음을 생키는 꽃이어서 동진강가 들녘은 금방 휘파람 소리가 꽃이랑에서 들린다는 화자의 슬픔을 공감하고 싶다. 암팡지게 널브러져 핀 꽃에서 화자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자식의 생명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의 생을 떠올린다. 엄니의 꽃이 피는 동진강은 해마다 봄이 되면 자운영 꽃빛으로 스며들거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