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은 한글 창제 원리를 한자로 설명해놓은 책이다. 세종은 당시 ‘문자의 역사상 가장 과학적이고 진화된 문자’로 평가 받는 한글을 창제하면서 한글을 만든 목적과 과정, 자음과 모음의 글자 내용 등을 집현전의 학자들에게 집필하게 했다. 해례본이 제작된 배경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해례본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보관해온 간송본과 골동품상이 갖고 있는 상주본 등 두 권만 남았다. 얼마 전 세 번째 <훈민정음 해례본> 이 등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진본이 아닌 위작본에 무게를 두고 있다. 훈민정음> 훈민정음>
간송본과 상주본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걸어온 길이 다르다. 간송본은 전형필선생이 우여곡절 끝에 소장한 이후 6·25전쟁이 났을 때는 품에 안고 피난을 떠났고, 잠잘 때는 베개 속에 넣어 보관했을 정도로 귀하게 여겨 끝내 지켜냈다. 해례본이 대중들과 만난 것은 간송이 1956년 후학들을 위해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해례본을 영인본으로 만들어 공개하면서다. 물론 이후 간송은 해례본 원본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를 통해 세상에 공개했다.
상주본은 지난 2008년 경북 상주에서 발견됐다. 간송본과 같은 판본으로 추정되지만 간송본보다 보존상태가 좋고 주석까지 더해져 학술적 가치가 주목되고 있다. 상주본은 원소유자로 알려진 조모씨가 이것을 처음 공개한 배익기씨와의 재판에서 승소한 이후 문화재청에 기증해 법적으로는 국가 소유가 되었지만 배씨가 소유권을 주장하며 문화재청의 상주본 반납요구를 외면해왔다.
최근 상주본 실체가 공개됐다. 2008년 세상에 그 존재가 알려진 이후 사진으로라도 실물의 상태가 다시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현재 상주본은 일부가 훼손된 상태다. 지난 2015년에 난 화재로 일부가 타거나 훼손된 탓이다.
배씨는 지난 4월 12일 치러진 국회의원 재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국보로 등재시키겠다는 것이 공약이었다고 한다. 상주본 공개도 역시 그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배씨는 이 선거에서 낙선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본다면 상주본이 다시 자취를 감추게 될 공산이 크다.
문화재청은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돌려받기 위해 협상에 나섰지만 배씨가 응하지 않자 반환 소송과 함께 고발 조치를 예고했다. 심화되는 분쟁 과정에서 우려되는 것은 상주본의 존재다. 훼손과 멸실의 위험에 처해있는 상주본의 운명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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