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아르바이트로 인력 이동" 전주 구도심 음식점 '구인난'

업주들 "가족 동원해 영업" / 국제영화제 대목 '발동동'

제18회 전주 국제영화제(4.27~5.6)를 맞아 호황을 기대하던 전주 구도심 음식점들이 때아닌 인력난에 울상짓고 있다. 영화제 기간 영화 마니아들과 관광객 증가로 손님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종업원 인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이들 업주들은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인력이 19대 대선 선거운동 기간을 맞아 속칭 ‘대선 알바’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점심시간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의 한 소바 음식점에서는 “언니~”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평소 같으면 종업원들이 서빙을 하느라 분주했겠지만, 종업원을 구하지 못해 업주 가족이 함께 일하고 있었다.

 

이 가게 사장은 “지역 생활정보지에 구인광고를 내도 아르바이트 문의 전화가 거의 오지 않는다”며 “우리 가게만 그런 게 아니라 인근 식당들도 종업원이 없어 일을 못하게 생겼다고 아우성”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오늘은 오후 시간에 운좋게 사람을 구하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인력을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이 가게는 평소 4~5명, 영화제 기간에는 7~8명의 종업원을 두고 영업하지만, 이날 주방을 제외한 종업원은 사장과 사장 동생 두 명뿐이었다.

 

인근 음식점의 상황도 비슷했다. 영화제 기간에 일 할 종업원을 구하지 못해 가족들이 모두 나와 주방일과 서빙을 하고 있었다.

 

이곳 구도심 음식점 입장에서는 속칭 ‘대목’이라 불리는 전주 국제영화제가 27일 개막했지만, 종업원 구하기가 어려워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다.

 

음식점 업주들은 인력 부족 이유를 평소 일하던 종업원들이 소위 ‘꿀알바’로 불리는 대통령선거 사무원 아르바이트로 많이 옮겨간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전주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선거사무원’만 2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사무원은 흔히 선거 유세 차량을 따라다니며 같은 옷을 입고 선거 운동을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데, 대부분 수당을 받는 아르바이트다.

 

전북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확인한 주요 5개 정당의 전주시 선거사무원 수는 모두 186명으로, 군소정당 후보들의 선거사무원 수를 합하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근무하는 이들의 하루 수당은 7만 원인데, 30분~1시간 정도 유세를 하면 1시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5~6시간 내외다. 시급으로 계산할 경우 꽤 짭짤한 아르바이트가 되기 때문에 선거 기간마다 인기다.

 

음식점의 경우 하루 일당이 10만원 정도로 알려지고 있지만 오전부터 밤 10시~11시까지 일해야 하는 등 선거사무원에 비해 근무여건이 힘든 편이어서 인력 이탈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화의 거리 인근에서 국수가게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작년에는 영화제 기간에 종업원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대선까지 겹치며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당분간은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