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시네마톨로지 클래스-에릭 로샤 감독의 '시네마 노보'

"시네마 노보 정신 한국 영화계에도 새 기운 일으키길"

▲ 에릭 로샤 감독

1960년대 초 브라질 영화사에서 왕성했던 ‘시네마 노보’ 운동. ‘새로운 영화’라는 뜻으로, 스튜디오가 아닌 거리로 나가 브라질 사회·현실을 화면에 담고, 브라질 영화 고유의 미학을 추구하던 사조이자 경향이다. 당시 라틴 아메리카는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었고, 정치·사회적으로 저항의 기운이 많았던 시기였다. 쉽게 말하면 민중의 의식 개혁과 표현의 도구로 영화를 활용했던 것이다.

 

시네마 노보의 선구자인 글라우버 로샤의 아들 에릭 로샤가 만든 영화 ‘시네마 노보’가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데에 이어 올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지난달 30일 메가박스 전주점에서 영화 상영과 함께 ‘시네마 노보’ 운동에 대해 탐구하는 ‘시네마톨로지 클래스’(영화에 관한 전문가의 강연)가 열렸다.

 

‘시네마톨로지’에 함께 수록된 다른 영화와는 연출의 결이 다른데, 이는 ‘시네마 노보’ 시기에 활발히 사용됐던 연출 방법론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연출에 차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장병원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당시의 정신과 기운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감독이 직접 보여주고, 우리에게 당시의 이를 체험해보도록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시 감독들의 작품 장면과 감독 인터뷰 등이 조각조각 모인 ‘콜라주’ 형식으로 전개된다. 설명을 담지 않아도 그들의 작품을 통해 드러난다. 브라질만이 갖고 있는 것, 그러면서도 새로운 것을 위해 이들은 브라질 전통 민담·우화·전승 설화 등 토착적인 이야기를 주제로 한다. 하지만 표현 방식은 상당히 급진적이다. 당시 전세계적으로 부흥했던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영화 형식과 언어를 수용하고 혼합해 제3세계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관객들은 한국 영화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고 공감했다. 장병원 프로그래머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만나야 그들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데, 그들이 만든 영화의 주제와 양식은 대중이 멀리한다는 점에서 모순이 있다”면서 “이는 한국영화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주국제영화제만 해도 상영작의 95%는 한국에서 개봉을 하지 못한다. 의식을 일깨우고 사회를 반영하는 영화들은 관객이 잘 찾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의 영화 문화가 건강하지는 않은 상태다.

 

그는 “영화는 과거의 유산을 추억하듯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그때의 급진적이고 혁신적이었던 흐름이 소멸되지 않았고, 현재에도 수용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면서 “전주에 초청한 것은 한국 영화계도 새 기운을 회복하길 바라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말했다.